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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문턱부터 세운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7/14/2026, 11:02:17 AM· Updated 7/14/2026, 1:24:45 PM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은 국경 없는 결제와 새로운 핀테크 경쟁을 약속하는 얼굴이고, 다른 쪽은 은행 지분 51% 컨소시엄이라는 진입장벽을 세우는 얼굴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하반기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한국이 고른 설계도가 시장을 열기보다 닫는 쪽에 가깝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은이 이기고, 금융위가 물러섰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두고 수개월간 충돌했다. 한은은 금융안정과 외환·자본 이동 통제를 이유로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쥔 컨소시엄에만 발행 권한을 줘야 한다고 고수했고, 금융위는 지분율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이 국제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며 맞섰다. 결과는 한은 쪽으로 기울었다. 여당은 발행사 최소 자기자본 50억원, 고유동성 준비자산 의무화를 뼈대로 하반기 처리를 겨냥하고 있고,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도 15~20% 수준으로 묶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갔다

미국은 올해 지니어스 액트를 통해 은행 지분 강제 없이 다양한 발행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가 숫자로 나타난다. 2026년 2월 말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이고, 이 중 테더(USDT)와 서클(USDC) 두 발행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1년 온체인 거래량에서는 USDC가 18조 3000억 달러로 테더의 13조 3000억 달러를 앞질렀는데, 제도권 자금이 규제 투명성이 높은 발행사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 소유 여부가 아니라 준비자산 공시와 상환 안전장치가 시장 신뢰를 갈랐다는 뜻이다.

숫자로 보는 두 갈래 설계

항목미국(지니어스 액트)한국(정부안)
발행 주체 제한비은행 포함, 지분율 강제 없음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발행사 자기자본 요건발행사별 개별 기준최소 50억원
거래소 대주주 지분별도 강제 규정 없음15~20% 수준 제한 검토
시장 결과(2026.2 기준)USDT·USDC가 전체 시총 3000억 달러 중 90%+ 점유시행 전, 시장 미형성

안정성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한은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 유출입 통제와 원화 표시 자산의 신뢰는 통화 당국의 정당한 관심사이고, 은행권은 이미 자금세탁방지·상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초기 리스크 관리에는 유리하다. 다만 그 안전판을 지분율 51%라는 소유 구조로 못박는 순간, 핀테크·빅테크·거래소 계열 발행사는 컨소시엄 참여자로만 남을 뿐 주도권을 갖기 어려워진다.

결국 소비자와 기업이 치르는 비용

은행 중심 설계는 초기 안정성을 사는 대신 혁신 속도와 가격 경쟁을 늦추는 대가를 치른다. 발행 주체가 소수 컨소시엄으로 좁혀지면 수수료 구조와 서비스 다양성에서 소비자 선택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해외 결제·정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할 기회도 늦게 열린다. 지분율 규제가 법 조문에 그대로 박히는지, 하반기 국회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분석 근거: 서울경제, 블록미디어, 헤럴드경제, 이투데이, 인베스트조선, 뉴스핌, 파이낸셜뉴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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