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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초호황, 사람이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8/7/2026, 5:01:57 PM· Updated 8/7/2026, 6:22:13 PM

울산과 거제의 독(dock)은 지금 배로 꽉 찼다. 안벽에도 선박을 두 대씩 붙여 세워야 할 만큼 자리가 없고, 선주들은 2029년 인도 슬롯을 놓고 줄을 선다. 그런데 같은 조선소 협력업체 사무실에서는 용접공과 도장공을 못 구해 발을 구른다. 수주는 역대급인데 사람이 없는, 지금 K-조선의 두 얼굴이다.

슈퍼사이클, 숫자로 확인된다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31조85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4% 늘었고, 영업이익은 4조7764억원으로 72.4% 증가했다. 3사 합산 수주액은 31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2배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HD한국조선해양 18.4%, 한화오션 13.5%, 삼성중공업 10.1%로 세 곳 모두 두 자릿수를 찍었다. 조선업 특유의 저마진 구조에서 벗어나 LNG선·해양플랜트 같은 고부가 선종 위주로 선별 수주한 결과다.

슬롯이 곧 무기다

2028년까지 인도 물량은 이미 다 찼고, 2029년 인도 슬롯을 두고 선주 간 경쟁이 붙으면서 선가가 계속 오른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수출 물량은 1046만CGT로 전년보다 7.9% 늘어날 전망이다. 예전처럼 물량을 쌓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일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화하느냐가 지금 K-조선의 과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재편된 셈이다.

그런데 현장엔 사람이 없다

조선업이 속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 산업 평균(8.3%)의 두 배 수준이다. 국내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1년 약 5%에서 최근 25% 안팎까지 늘었고, 2023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1만6000명(15.6%)이었으며 신규 채용의 86%가 외국인이었다. 용접·도장·취부 같은 핵심 숙련공종부터 구멍이 난다. 협력업체 임금 수준으로는 내국인 인력을 붙잡기 어렵고, 고령 숙련공의 은퇴 속도를 신규 채용이 못 따라간다.

시장은 이미 답을 냈다

조선사들이 외국인력 비중을 5년 만에 5배 늘린 건 정책이 앞서서가 아니라 현장이 버티지 못해 시장이 먼저 움직인 결과다. 최저임금·주52시간 같은 획일 규제가 숙련공 채용 유연성을 제약하는 사이, 기업은 비자 쿼터와 행정 절차라는 병목 안에서 외국인력으로 공백을 메워왔다. 스마트 조선소 투자가 늘고 있지만 용접·도장 공정의 자동화는 아직 숙련공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구분2025년2026년(현재)
조선 빅3 상반기 영업이익약 2조7700억원대4조7764억원
3사 합산 수주액(상반기)약 150억 달러대311억 달러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비중약 15~20%대약 25%

반론도 있다. 외국인력 확대가 임금 상승을 억제해 내국인 청년의 조선업 기피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협력업체 임금 정상화 없이 외국인력만 늘리면 숙련 기술 전수 체계 자체가 무너진다고 우려한다. 일리 있는 경고지만, 물량은 이미 확보됐고 슬롯은 3년 치가 밀려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수주는 시장이 만들었고 실적도 시장이 증명했다. 남은 병목은 정책이 만들고 있다. 숙련 인력 비자 문턱을 낮추고 협력업체 임금 구조를 시장 기준에 맞게 풀어주는 쪽이, 지금의 호황을 다음 사이클까지 끌고 갈 유일한 길이다.


분석 근거: 비즈트리뷴,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글로벌이코노믹, 매일노동뉴스, 이투데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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