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동결된 전기요금, 이자 하루 120억의 정치학
한국의 전기요금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는 계산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계산을 잠가두는 정치다. 한국전력은 21일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일반용 전기요금은 14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필요한 요금은 7.3원, 문은 5원에서 잠겼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분기 실적연료비는 549.64원/㎏으로 기준연료비(494.63원/㎏)를 웃돌았고, 여기서 산출된 필요 조정단가는 ㎾h당 7.3원이었다. 그러나 제도상 상한이 ±5원이라 실제 적용은 5원에 머물렀다. 2.3원의 갭은 요금에 못 실리고 한전 장부에 쌓인다. 이데일리가 '중동전쟁에도 전기요금 동결'이라는 제목을 단 것처럼, 유가 상승국면에서 갭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 항목 | 수치 |
|---|---|
| 필요 연료비 조정단가 | 7.3원/㎾h |
| 실제 적용(상한) | +5원/㎾h |
| 미반영 갭 | 2.3원/㎾h |
| 조정단가 상한 유지 | 18개 분기 연속 |
| 일반용 요금 동결 | 14개 분기 연속 |
부채 205조, 이자만 하루 120억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CBS노컷뉴스 보도)를 보면 한전 연결 기준 부채는 2020년 약 132조5000억 원에서 2024년 약 205조4000억 원으로 4년 새 70조원가량 불었다. 누적적자는 28조 원, 이자만 하루 120억~130억 원이다. 2024년 영업이익 8조3489억 원으로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뉴스1) 빚은 그대로다. 동결은 비용을 없애지 않는다. 이자를 얹어 뒤로 미룰 뿐이다.
| 구분 | 수치 |
|---|---|
| 연결 부채(2020년) | 약 132.5조 원 |
| 연결 부채(2024년) | 약 205.4조 원 |
| 누적적자 | 28조 원 |
| 이자 부담 | 하루 120억~130억 원 |
대통령은 원인을 짚었다, 그리고 요금은 그대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 청와대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스스로 진단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과거로 묶어두니까 전기 사용이 오히려 늘어난다",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문제가 될 수 있다"(이투데이). 가격 신호가 사라지면 소비가 늘고 손실은 커진다는 것인데, 시장 원리를 정확히 맞힌 분석이다. 문제는 그 진단 이후로도 요금이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 스스로 "전기는 정부가 100% 책임지는 구조"라고 인정했다면, 그 손실의 종착점은 재정이나 국민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판단"의 자백, 그리고 반론
같은 국감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원주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전기요금 조정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져 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원가 반영이 가능한 독립 전기요금위원회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원가가 오르면 반영하고 내리면 인하하는 것이 근본 해결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분명하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에너지 위기 때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공공의 역할을 다했다고 봤고, 가계와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하면 동결은 민생 방어라는 논리다. 급등기에 원가를 즉시 반영했다면 물가 충격은 컸을 것이다.
동결은 면제가 아니라 유예다
대통령의 절약 호소는 가격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 가격을 보지 못한 소비자에게 절약은 도덕적 권고일 뿐이고, 그 대가는 205조 원의 채권과 하루 120억 원의 이자로 기록된다. 남는 선택은 세금이나 추가 부채다. 정치의 손에서 계산기를 돌려받는 독립 요금위원회가 그나마 첫 단추다. 요금을 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언제 그 값을 치르느냐의 문제다.
분석 근거: 뉴시스, 이데일리, 이투데이, CBS노컷뉴스, 뉴스1.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