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1% 컸는데, 가계는 소비를 멈췄다
한국 경제가 두 개의 속도로 갈라졌다. 한국은행이 10월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0% 성장했고, 한은 전망치(0.3%)의 세 배를 넘겼다. 같은 분기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경제는 컸는데 쓰는 사람은 줄었다. 이 대비가 연 4% 성장 낙관이 정확히 누구의 성장인지를 가른다.
반도체가 만든 1%
성장의 문패는 명확하다. 설비투자와 반도체 중심 수출이 성장 기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정부소비도 보탰다(매일경제). 한국은행은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연간 3.6%, 여건에 따라 4%도 가능하다고 봤다. 계산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특정 품목 수출과 정부지출로 성장률 자릿수를 채우는 구조가 이번 분기의 전부라는 점이 물음을 남긴다.
| 지표 | 수치 | 기준 시점 |
|---|---|---|
| 실질 GDP(전기 대비) | +1.0% | 2026년 3분기 |
| 민간소비(전기 대비) | -0.2% | 2026년 3분기 |
| 가계신용 잔액 | 2,019조 8,000억 원 | 2026년 2분기 말 |
| 기준금리 | 3.00% | 2026년 8월 27일 이후 |
| 가계대출 증감 | -2조 2,000억 원 | 2026년 9월 |
소비는 15분기 만의 역행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하며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2022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의 감소 전환이다(한국경제). 소득 없는 성장이 가계 지갑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장면이다.
빚 2,000조 위에 놓인 금리 3.0%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019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었고, 분기 증가액 26조 원도 사상 최대였다(KBS·한국은행 통계). 그 위에서 기준금리는 7월 2.75%, 8월 3.00%로 두 달 연속 올랐다. 2023년 1월 이후 처음 나온 인상 국면이다(한국은행 금리 동향). 변동금리 대출을 든 가계의 이자 부담은 성장률과 반대 방향으로 커진다.
집값은 88주째, 지갑은 먼저 닫혔다
서울 아파트값은 10·15 대책 1년 만에 88주 연속 상승했다(MBC 뉴스데스크). 성북구는 1년 새 16.52% 올라 서울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전세 매물은 16.6% 줄어 전셋값은 누적 8.55% 올랐다. 상승의 동력도 이자에 묶여 있다. 10월 상승폭은 0.61%로 연중 가장 좁아졌고(KB부동산·연합뉴스), 금리 인상이 매수 심리를 누른다는 분석이 나온다(동아일보).
| 서울 지표 | 수치 |
|---|---|
| 아파트값 상승 | 88주 연속 |
| 성북구 1년 상승률 | +16.52% |
| 전세 매물 증감(1년) | -16.6% |
| 10월 아파트값 상승폭 | +0.61% |
9월 마이너스가 남긴 숙제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 2,000억 원 줄어 올해 들어 첫 감소를 기록했다(연합뉴스). 빚투가 주춤한 대신 주택담보대출은 2조 9,000억 원 늘었고, 금융위는 연말 대출절벽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론도 분명하다. 한국은행은 성장 모멘텀을 살아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소비 감소를 일시적 조정으로 읽는 시각도 시장에 적지 않다.
성장의 크기가 아니라 통로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단순하다. 수출 한 축이 만든 성장률은 가계의 부채와 이자를 갚아주지 않는다. 기준금리 3.0% 아래에서 성장률이 오를수록 추가 인상의 유인은 커지고, 그 비용은 2,000조 규모의 가계 대차대조표가 흡수한다. 성장률 발표에 박수를 보내기 전에, 그 성장이 임금과 가계소득으로 흐르는 통로가 열려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통로 없는 4%는 반도체 호황이 꺾이는 날 함께 꺾인다.
분석 근거: 한국은행 3분기 국내총생산(속보) 및 가계신용 통계, 연합뉴스, 매일경제, 한국경제, KBS뉴스, MBC 뉴스데스크, 동아일보, KB부동산.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