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30 전고체' 선언, 정작 CATL 회장이 부인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대규모 상용화를 약속했다. 그런데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쩡위췬 회장은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100만 대에 탑재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잘랐다. 국가 계획과 현장의 온도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꿈의 배터리' 판도를 가할 주체는 정부 발표가 아니라, 샘플을 만들어 고객에게 검증받는 기업들이다.
정부는 2030년, 현장은 아직 4단계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지난달 28일 2026~2030년 배터리 산업 발전 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초기 대규모 적용'을 공식 목표로 못 박았다. 적용 분야도 전기차에서 선박·항공기·로봇·전력망·데이터센터로 넓혔다. 같은 중국 안에서 목소리는 갈린다. 쩽위췬 회장은 기술 성숙도를 9단계 중 4단계로 평가했고, 중국과학원 오양밍가오 원사는 차량 탑재가 2027년에 시작돼도 점유율 1%까지 5~10년이 더 걸린다고 본다. CATL은 그럼에도 10월 27일 투자자 대상 답변에서 2027년 소량 생산 계획을 재확인했다. 목표 에너지 밀도는 500Wh/kg이지만, 양산 셀에서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삼성SDI, 문은 전기차가 아니라 로봇으로 연다
삼성SDI는 10월 29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첫 상용화 무대로 전기차보다 로봇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2023년 수원연구소에 국내 처음으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S라인)을 깔았고, 같은 해 말부터 글로벌 완성차 5곳에 샘플을 돌려 성능 평가를 받아왔다. BMW 그룹과는 실증 프로젝트까지 맞춰가며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노린다. 도요타는 2027~2028년 전고체 전기차 상용화를 추진한다. 협력사 이데미쓰코산이 올해 1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대형 파일럿 설비 투자를 확정했고, 2027년 완공이 목표다.
| 업체 | 목표 시점 | 첫 적용 분야 | 현재 상태 |
|---|---|---|---|
| 삼성SDI | 2027년 하반기 | 휴머노이드 로봇 | OEM 5곳 샘플 공급·BMW 실증 |
| 도요타 | 2027~2028년 | 전기차 | 전해질 파일럿 설비 2027년 완공 |
| CATL | 2027년 소량 생산 | 전기차 | 20Ah 시제품, 대규모 양산은 2030년 전후 |
| LG에너지솔루션 | 2029~2030년 | 전기차→로봇·eVTOL | 개발·실증 단계 |
시장은 10년에 10배, 관문은 수율과 원가
시장조사업체 GM Insights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26년 20억 8천만 달러에서 2035년 251억 달러 이상으로 자란다고 전망한다. 성장의 속도를 정하는 변수는 발표가 아니라 공정이다. 고체 전해질과 전극의 접촉 불안정, 충방전 반복 시 균열, ppb(10억분의 1) 수준의 불량률 요구, 여전히 높은 제조 원가가 남은 관문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계속 오른다는 점도 벽이다. 삼성SDI 스스로 전고체 '대중화'는 2030년대 중반이라고 짚었다는 게 비즈니스포스트 보도다.
| 연도 |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 |
|---|---|
| 2025년 | 14억 6천만 달러 |
| 2026년 | 20억 8천만 달러 |
| 2035년 | 251억 4천만 달러 |
반론: 2027년은 '양산'이 아니라 '시작'이다
신중한 시각도 만만치 않다. 쩽위췬 회장의 "성숙도 4단계" 진단과 오양밍가오 원사의 장기 점유율 전망은 정부 목표의 과잉을 지적한다. 베타뉴스가 정리하듯 2027년은 양산이 아니라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할 첫 분기점이며, 대중적 전기차 시장 확대에는 생산능력·공급망·가격 경쟁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미국 퀀텀스케이프가 10월 21일 발표한 연간 100MWh 규모 생산 라인 계획도 겨냥하는 시장은 전기차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항공우주·방위산업이다. 볼륨이 아직 자동차 규모가 아닌 셈이다.
한국에 남는 것은 시간과 실행
리튬이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는 중국에 점유율을 내줬다. 전고체는 판이 다르다. 삼성SDI는 샘플과 실증에서 앞서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 전기차용·2030년 로봇용 상용화 계획을 세웠으며, 정부도 차세대 전고체 개발에 1,824억 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중국은 리튬이온에서 이미 보여준 공급망 총력전을 이번에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판을 지킬 수 있는지는 선언이 아니라 2027년 공장에서 나오는 생산량과 원가에서 드러난다. 국가 계획표보다 먼저 답을 내는 쪽이 이 전쟁을 가져간다.
분석 근거: investing.com 한국어판(중국 7개 부처 배터리 산업 발전 계획 보도), 베타뉴스(2026.11.02), GM Insights 전고체 배터리 시장 보고서, 빅데이터뉴스(LG에너지솔루션 로드맵), 중앙일보·비즈니스포스트(삼성SDI 전고체 양산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