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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다음 싸움터는 모델이 아니라 '주소'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10/9/2026, 9:07:57 AM· Updated 10/9/2026, 9:08:05 AM

AI 산업의 승부처가 모델에서 '주소'로 내려오고 있다. 올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 접수된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 신청 1,615건 가운데 최다 경합을 기록한 문자열은 화려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agent(에이전트)'였다. 메타와 구글을 포함해 13개 업체가 문패 하나를 두고 다퉜다.

에이전트의 신원을 쥐면 인터넷을 쥔다

AI 에이전트가 웹을 돌아다니며 거래를 대행하는 시대, 에이전트 자신을 증명할 전용 주소가 필요해졌다. 도메인은 그동안 홈페이지 안내판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기계가 기계를 확인하는 신원 인프라다. 오픈AI는 .chatgpt와 .agi 등 15개 문자열을 신청했고, 앤트로픽은 .anthropic과 .claude를, 마이크로소프트는 .copilot을 내밀었다. 구글과 메타는 에이전트끼리 통신하는 프로토콜 계층인 .mcp, .superintelligence까지 노린다. 모델을 만든 회사가 모델이 사는 집의 문패까지 겹삨 셈이다.

문자열경합 업체 수주의 신청자
.agent13개사메타, 구글
.superintelligence6개 업체메타
.mcp5개사구글

북미 864건, 아시아태평양 218건

지역별 분포는 이 경쟁의 지형을 보여준다. 북미가 864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아시아태평양은 218건에 그쳤다. 아프리카 16건,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11건과 비교하면 아시아조차 나은 편일 뿐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한국 기업의 신청 사실은 공개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에이전트 인프라 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역신청 건수
북미864건
유럽506건
아시아태평양218건
아프리카16건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11건

천억원짜리 문패가 말해주는 것

주소의 몸값은 이미 검증됐다. 올해 2월 AI.com 도메인이 약 1천억원에 팔려 역대 도메인 거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고 YTN과 연합뉴스TV가 보도했다. 매수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어 몇 글자에 천억원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에이전트 시대의 문패에 대기 중인 기업이 13개사뿐일 이유가 없다.

11월 7일, 문자열이 정해진다

ICANN은 11월 7일을 '문자열 확정의 날'로 정하고 이후 관리 기관 설립과 등록 절차에 들어간다. 절차가 순조로우면 내년부터 일반 등록이 가능하다. 신규 라운드가 열린 것 자체가 2012년 1,200건 승인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문은 좁고, 한 번 닫히면 다음 기회는 또 수년 뒤다.

반론 — 14년의 공백이 남긴 것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2012년 라운드에서 1,200개 문자열이 승인됐지만 이후 14년간 새 라운드가 열리지 않은 것은 시장이 신규 도메인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 각인된 신규 문자열은 .app처럼 극소수다. 에이전트 붐이 꺼지면 .agent도 경매장의 유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자연스럽다.

기술주권의 다음 문법은 문자열이다

그럼에도 이번 경쟁의 본질은 선점이 아니라 규격이다. 에이전트가 신용을 갖고 거래하는 표준을 특정 기업의 도메인 아래 두느냐, 열린 체계로 두느냐의 문제다. 승인 권한을 쥔 ICANN을 견제할 대안이 없는 현 구조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이 최선의 견제다. 한국이 챙겨야 할 몫도 여기 있다. 반도체와 모델 기술을 갖고도 주소와 규격의 판에서 관객석에 앉는다면, 에이전트 경제의 과실은 또 남의 것이 된다.


분석 근거: ZDNet Korea(더레지스터 인용, 2026.10.8), KIPOST(2026.10.7), YTN·연합뉴스TV·매일경제 AI.com 거래 보도(2026.2.9), ICANN 2026 신규 gTLD 라운드 공개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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