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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는 3조, 빚은 106조… 821조 예산안의 두 개의 장부

류근웅류근웅 기자· 11/8/2026, 7:04:55 PM· Updated 11/8/2026, 7:15:27 PM

2027년도 예산안은 두 개의 장부를 들고 국회에 와 있다. 한 장부에는 적자가 1년 만에 107조8000억 원에서 3조1000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적혀 있다. 다른 장부에는 같은 기간 나랏빚이 106조 원 늘어난다고 적혀 있다. 총지출 820조9000억 원, 전년 대비 12.8% 증가. 821조 '슈퍼예산'의 논쟁은 숫자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적자 3조의 정체, 반도체가 만든 착시

관리재정수지 적자율이 GDP 대비 3.9%에서 0.1%로 좁혀진 것은 지출을 줄여서가 아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국세수입 증가율 추계가 49.8%에 이르고, 올해는 63조원대 초과세수까지 겹쳤다. 자유기업원은 이 증가율이 반복 가능한 가정이 아니라며 세수 추계의 낙관을 지적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초과세수 63조2000억 원의 배분이 아직 미정이라고 인정했다. 호황은 굳었는데 계획은 남아 있다.

미래대응기금, 162조를 옮겨 담은 두 번째 장부

적자 축소의 실제 장치는 신설 미래대응기금이다. 내국세가 10년 추세선(연 6.2%)을 넘어선 몫을 통째로 기금에 적립하는 구조로, 첫해 수입은 162조3000억 원이다. 이 중 사업 지출은 45조4000억 원, 국채 신규발행 축소는 12조5000억 원에 그치고 104조4000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쌓인다. 따져야 할 대목은 두 가지다. 발행 축소는 빚을 갚는 것과 다르고, 주요 항목의 30%까지는 국회 추가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대응기금 첫해(2027년)규모
총수입162.3조 원
4대 분야 사업 지출45.4조 원
국채 신규발행 축소12.5조 원
여유자금 적립104.4조 원

2028년부터 돌아오는 청구서

예산안에 붙은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부 스스로 반전을 예고한다. 관리재정수지는 2028년 마이너스 48조 원, 2029년 마이너스 83조4000억 원, 2030년 마이너스 100조8000억 원으로 도로 확대된다. 국가채무 잔액은 2027년 1519조8000억 원에서 2030년 1734조1000억 원까지 불어난다. 적자 3조는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역이다.

연도관리재정수지(전망)
2027-3.1조 원
2028-48.0조 원
2029-83.4조 원
2030-100.8조 원

반론: 채무비율은 오히려 내려간다

정부 논리도 분명하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6년 51.6%에서 2027년 48.3%로 3.3%포인트 하락하며, 이대로면 2030년까지 기존 계획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초과세수의 기금 적립 방식에 대해 IMF가 향후 경기 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방어 논리고, 한겨레 칼럼은 방만재정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분모인 성장이 커지면 빚부담도 나눠진다는 반론이다.

세수 호황의 첫 수혜자는 누구인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134조 원 삭감안을 들이밀고, 민주당은 12월 2일 법정 시한 내 원안 처리를 밀고 있다. 따질 물음은 단순하다. 반도체가 불러온 세수의 첫 수혜자가 새로운 재정사업이어야 하는가, 국채 상환이어야 하는가다. 106조 원의 새 빚을 안고 적자 3조를 논하는 예산이 진짜 건전한지는 12월 2일 본회의 표가 아니라 2028년 결산 보고서가 판정한다.


분석 근거: 기획예산처 2027년도 예산안·2026~2030 국가재정운용계획, 자유기업원 「이슈와자유 제33호」(2026.11.2), 서울경제(2026.9.1), 경향신문(2026.10.8), 연합뉴스(2026.11.3), 한겨레 칼럼.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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