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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 개발사, AI에 맡긴 일 매달 500만 건

김인환김인환 기자· 11/4/2026, 8:07:30 AM· Updated 11/4/2026, 11:57:14 AM

협업프로그램 '지라'를 만드는 개발사 아틀라시안의 제품 안에서 매달 500만 건이 넘는 일이 AI 손을 거친다. 계약서 1차 검토부터 민원 분류까지, 사람이 쓰던 화면 옆자리에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에이전트)이 앉은 셈이다. 다만 이 숫자는 Anthropic이 공개한 자사 고객사례 기준이고, 세어진 것은 '돌아간 횟수'지 '잘 끝낸 일의 수'가 아니다. 고객이 35만 곳이니 한 곳이 한 달에 맡기는 일은 평균 14건꼴로, 모두가 매일 쓰는 세계는 아직 아니다.

계약 검토·민원 분류, 툴 안에 AI 자리를 냈다

아틀라시안은 지라·컨플루언스 등 20여 개 협업 제품을 35만 고객에게 파는 회사다. 어느 부서에 AI를 붙였다기보다 제품 자체를 AI가 일하는 자리로 바꾸는 중이다. 고객사에 공개된 쓰임을 보면 들어오는 계약서의 1차 검토, 지원 요청 티켓 분류, 영업 후보 발굴, 코드 검토와 작성이 대표적이다. 일부 소프트웨어 팀은 지라 티켓을 통째로 에이전트에 넘겨 일을 끝내온다. 사내에서도 엔지니어링에 널리 쓰던 도구를 최근 기획자·디자이너로 확대하는 시험을 했고, 이들은 시제품 제작과 간단한 코드 수정을 직접 해냈다. AI 총괄 셰리프 만수르는 "사람을 위한 화면 만들기는 잘한다. 다음으로 키울 근육은 그 기능을 에이전트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직한 대목도 있다. 단순·대량 작업용 에이전트는 더 저렴한 구글 모델로 옮겨 비용을 줄였고, 비싼 모델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일에만 남겼다.

벤더 입으로 듣는 숫자, 셈 단위는 제각각

회사붙인 업무지표변화출처
아틀라시안(협업SW)제품 안 계약 1차 검토·티켓 분류 등에이전트 월 실행 수월 500만 건 이상Anthropic 고객사례
폴리시바자(인도 보험플랫폼)콜센터 전화 응대평균 응답 시간8~12분 → 1분 미만OpenAI 고객사례
프랙토(인도 의료플랫폼)전화 예약·상담운영비70% 감소OpenAI 고객사례
메이븐AGI 도입사 평균고객지원 티켓티켓당 비용40달러 → 8달러OpenAI 고객사례

전화 상담 AI 플랫폼 링그를 쓰는 인도 보험 비교업체 폴리시바자는 사람 개입 없이 처리된 전화가 67%에 이른다고 OpenAI 사례집은 적는다. 링그 전체로는 월 700만 건 이상의 통화가 연결된다. 그러나 표의 네 숫자는 모두 벤더 자체 발표로 제3자 검증이 없고, 재는 단위도 실행 수·응답 시간·비용으로 제각각이라 옆으로 바로 견줄 수 없다.

"조직도를 본뜬 에이전트는 실패한다", 정작 Anthropic 자문의 경고

반론은 커뮤니티보다 먼저 벤더 안쪽에서 나왔다. Anthropic 컨설팅팀이 10월 22일 낸 조언을 레딧 r/AI_Agents가 옮기며 논쟁이 됐다. 핵심은 기업의 에이전트 설계가 조직도를 그대로 본뜬다는 것. 부서마다 에이전트를 하나씩 두니 업무를 넘길 때 맥락이 유실되고, 주인 없는 하위 에이전트가 수백 개 쌓이며, 규칙 문장끼리 충돌하는 '프랭큰프롬프트'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 팀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고객이 에이전트 묶음을 단일 루프로 합치자 실행 시간이 약 2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20여 개 앱에 수백 개 기능을 에이전트에 열어둔 아틀라시안의 구조는 이 경고가 정조준하는 지형 그 자체다. 해커뉴스 토론의 익명 실무자 댓글도 방향이 같다. 이 댓글은 두 기술을 섞어 쓸 때 "에이전트는 그 경계를 추론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레딧의 실패담도 이어진다. PDF를 읽어 스프레드시트를 갱신하고 요약 메일을 보내는 자동화를 만든 한 사용자는 "일부는 작동했지만 계속 돌아가게 유지하는 게 예상보다 큰일이 됐다"고 썼다.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한 뒤에도 하루 8시간 사무실에 앉아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고치는 설계자의 하소연도 있다.

한국 기업이 따라 하려면

지라·컨플루언스는 한국 개발 조직에도 널리 깔려 있어 남의 일이 아니다. 첫 걸림돌은 채널이다. 민원 분류는 이메일·슬랙이 아니라 카카오톡과 콜센터로 들어오고, 계약 검토는 한국어 약관과 국내 관행 위에서 돌아야 한다. 둘째는 권한이다. 에이전트가 고객 데이터를 읽고 문서를 고치는 순간 보안·감사 검토가 뒤따른다. 셋째, 부서별로 에이전트를 하나씩 만드는 구조는 부서 벽이 높은 한국 대기업일수록 Anthropic이 경고한 조직도 복제와 닮아간다.

셀 것은 건수가 아니라 서명이다

500만 건은 활동량의 숫자다. 아틀라시안 스스로 남긴 세 단어는 '규모, 복잡성, 신뢰'였고 풀지 못한 마지막이 신뢰다. 틀린 답이 오래 돌수록 불어나는 일일수록 에이전트에 맡기기 어렵다는 이 판단은 도입을 앞둔 어떤 기업에도 그대로 붙는다. 신기술은 만병통치약처럼 들어와 기대만 올린 뒤 저버린 적이 많다는 미첼 케이퍼의 오래된 경고를, 이번에는 셈으로 이겨내야 한다. 돌아간 건수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끝낸 일에 누가 서명할 수 있는가부터 세는 기업이 숫자를 가져간다.


분석 근거: Anthropic 고객사례(아틀라시안), OpenAI 고객사례(링그, 메이븐AGI), Hacker News 토론, r/AI_Agents. 공개 자료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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