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나라 땅·세금·일감' 몰아주는 법 20일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에 나라 땅과 세금, 일감을 몰아주는 길을 열어주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앞서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던 사회주택에서는 청년들의 전세보증금이 돌아오지 못한 사고가 있었고, 이 문제가 정리되기 전에 법이 통과됐다.
사회주택에서 먼저 터진 보증금 사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하는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오마이뉴스는 운영사들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했고, 녹색친구들·두꺼비하우징·안테나 3개 운영사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보증금 미반환을 사과하고 이 3곳을 제명했다.
연합뉴스TV는 "믿었던 사회주택… 보증금 못 받은 청년들", "사회주택 믿었다 두 집 이자"라는 제목으로 이 사태를 보도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해결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고, 청년들은 사회 첫발을 빚을 안고 시작할 위기에 놓였다. 이 사고의 배상과 해결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 법안이 통과됐다. 다만 이 3개 운영사가 새 법의 수혜자가 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내 생활에 무슨 일이 생기나
이번에 통과된 법은 여러 갈래의 문을 한 번에 연다. 관공서와 공기업이 물건을 살 때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의 제품을 먼저 사주는 우선구매 조항이 들어갔다(제19~27조). 나라가 바깥에 맡기는 일, 예컨대 돌봄이나 시설 운영을 줄 때도 이들을 먼저 고려하도록 했다.
나라 땅과 시·군의 땅·건물을 이들에게 싸게 빌려주는 국유·공유재산 특례도 담겼다. 건물을 짓고 고치는 돈을 세금에서 대주는 시설비 지원, 교육·훈련·성장 지원, 통합플랫폼 구축도 포함됐다.
이들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통로인 사회연대금융의 기반을 만들고, 그 돈을 중개할 기관과 전담할 기관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제16~18조).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가 설치되고,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산하에도 지역위원회가 들어선다(제11~13조). 5년마다 국가 기본계획을, 매년 시행계획을 세운다(제6~8조). 법 제2조는 '사회연대경제'를 이윤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위한 모든 경제활동으로 정의했다.
법보다 먼저 나간 돈과 사업
법이 통과하기 전에 돈과 사업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아주경제는 5월 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라며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회연대경제조직에 올해 약 2조원을 공공부문과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신한금융그룹은 대구 안심마을에서 행정안전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3년간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KB국민은행은 사회적기업 대상 협약대출을 내놨는데, 최대 3억원에 금리 2.5%p를 낮춰주는 조건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사회연대경제조직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6월 12일 윤호중 장관은 이탈리아 노동사회정책부 차관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첫 사회연대경제 MOU를 체결했다(뉴스1). 같은 시기 이재명 대통령은 이탈리아·바티칸을 순방 중이었다. 광주시는 '사회연대경제 우선구매 매칭데이'를 열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와 시민에게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소개했다. 우선구매 조항이 법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으로 청년에게 월 234만원(세전)을 지급하며 경기도, 충북도, 광주시가 참여 기업과 청년을 모집 중이다. 남원시와 김제시는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공모에 선정됐고, 충남도는 광역 최초로 슬로건 "낙수경제 넘어 분수경제로"라는 사회연대경제 밑그림을 그렸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운영 중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사회연대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에 참여했다. 마을기업법은 올해 3월 15일 먼저 시행됐다.
누가 법을 밀었나
22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 1,550건의 제안이유를 훑어 국가가 돈과 권한을 넘기는 조항이 몇 갈래나 열리는지 세면, 기금·보조금·우선구매·국유공유재산 특례·조세감면·위탁·대통령소속위원회·전담기관지정 여덟 갈래가 한 법에 한꺼번에 열린 것은 이 법 하나뿐이었다.
발의는 1년 남짓에 걸쳐 이뤄졌다. 2024년 11월 용혜인, 2025년 2월 윤호중, 8월 복기왕, 8월 말 김동아·최혁진, 9월 정태호, 11월 위성곤·김성회·김영배가 같은 방향의 법안 8건을 냈다. 이 중 7건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용혜인 1건만 기본소득당이다. 최혁진은 무소속 비례로 김동아안에 공동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8건은 전부 대안반영폐기됐다. 위원회가 만든 하나의 법안으로 합쳐지면서 원래 법안들은 각각 심사받은 기록 없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복기왕 의원은 충남 아산갑 재선 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이다. 자기 법안 1건에 더해 다른 의원 법안 5건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총 6건에 관여했고, 당 사회적경제위원장 자격으로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을 공개 촉구했다. 그의 지역구 아산시는 행정안전부 주관 '2026년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발굴 및 확산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를 보도한 기사는 주관 부처를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로 적었고, 복기왕이 중앙정치와 지역구에서 동시에 성과를 냈다는 취지의 '정책적 겹경사'라는 표현을 썼다. 인과관계가 확인된 바는 없다.
2025년 2월 원안을 대표발의한 윤호중은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법의 소관 부처이고, 장관은 사회연대금융 중개기관과 전담기관을 지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법을 제안한 사람이 그 법의 집행자가 됐다.
표결 풍경
행정안전위원회는 3월 26일 하루에 상정·대체토론·축조심사·찬반토론·의결을 전부 마쳤다. 마을기업법 시행 11일 뒤였다. 법사위는 4월 22일 문구만 손봤고 본회의 통과는 8월 20일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1명이었다. 찬성 144, 반대 25, 기권 12. 더불어민주당은 152명 중 112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0명이었다. 조국혁신당 11명과 진보당 4명 전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104명 중 반대 19명, 기권 11명이었고 나머지 69명은 표결 기록 자체가 없다. 셋 중 둘이 자리에 없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에서 찬성한 의원은 신성범, 권영진, 김승수, 윤재옥, 김예지 5명이다. 윤재옥은 전 원내대표다. 개혁신당은 천하람·이주영이 반대했고 이준석은 표결 기록이 없다.
온라인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대표성이 없다. 최근 두 달 여론 수집에서 부동산은 정치 다음으로 글이 많았고 7,391건 중 절반 이상이 부정적이었다. 8월 16일 한 커뮤니티에는 "이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공공임대사업 할 수 있게 추진하다가 걸리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전월세난이다. 서울 60%가 전월세인데"라는 글도 있었다. 검색 트렌드 상위에는 '전세사기', '국민임대주택', '양도소득세', '청년주택', '월세화'가 올랐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사회연대금융을 중개할 기관과 전담할 기관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와 지역위원회의 구성, 5년 주기 국가 기본계획의 내용, 우선구매와 국유·공유재산 특례의 구체적 대상과 절차도 앞으로 정해질 사항이다.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청년들의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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