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반등, 예산 효과인가 통계 착시인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8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이 반등을 만든 손은 정부가 아니라 결혼 적령기 인구 구조와 지연됐던 결혼 수요일 가능성이 크다. 380조원을 쏟은 저출산 예산의 성적표를 숫자로 다시 들여다볼 시점이다.
숫자는 분명히 반등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02명 늘었고, 1~10월 평균도 0.8명 선을 유지했다. 2023년 0.72명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2024년 0.75명, 2025년 0.8명대로 2년 연속 상승이다. 2024년 7월부터 이어진 출생아 수 증가 흐름은 2007년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30대 후반 여성의 출산율도 2024년 46.0명에서 2025년 52.0명으로 뛰었다.
혼인 통계가 가리키는 진짜 동력
같은 기간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전년 대비 1만 8천 건, 8.1% 늘었고 인구 1천 명당 혼인율도 4.7건으로 0.4건 상승했다. 출산율은 혼인 이후 1~2년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지표라, 이번 반등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시기 미뤄졌던 결혼이 뒤늦게 성사된 지연효과와 30대 여성 인구 자체의 증가로 설명된다. 정부 정책이 새로 만든 결혼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결혼 수요가 늦게 실현된 것에 가깝다.
| 지표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 합계출산율 | 0.72명 | 0.75명 | 0.8명대(잠정) |
| 30대 후반 여성 출산율 | - | 46.0명 | 52.0명 |
| 혼인 건수 증가율 | - | - | +8.1% |
380조원, 무엇을 샀나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 이후 정부가 관련 예산으로 집계해 온 누적 지출은 380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여러 언론 보도와 정책 비판 서적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적된 수치다.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야 반등했다. 예산 대부분이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급여, 각종 수당 등 서비스·현금성 지원에 분산됐을 뿐 주거비·고용 불안정처럼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국회는 2026년 5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개정해 위원회를 인구전략위원회로 개편하고 예산사전협의권을 부여했다. 신혼부부 대출 확대와 주거 지원이 최근 혼인 건수 반등에 일부 기여했다는 반론도 존재하며, 정책 효과가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누적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단일 정책의 성패로 380조원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 역시 타당하다.
착시를 걷어내야 다음 정책이 보인다
지금의 반등을 정부 성과로 포장하면 결혼·출산을 늦추는 진짜 원인, 즉 주택가격과 고용 불안정에 대한 처방은 뒤로 밀린다. 30대 여성 인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줄어드는 일시적 조건이고, 지연됐던 결혼 수요도 소진되면 반등세는 꺾일 수 있다. 예산의 양이 아니라 무엇에 얼마를 썼고 그것이 결혼·출산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줬는지를 가려내는 평가 체계가 먼저 필요하다.
분석 근거: 국가데이터처(통계청) 2025년 혼인·이혼 통계 보도자료, MBC뉴스, 뉴시스, 일요신문, 헤럴드경제 등 공개 보도와 공식 통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