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만8000건 쌓고 24%만 처리…국회는 '입법 공장'이 됐다
지난 9월 1일 개회한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는 '100일 입법 전쟁'을 선언했다. 그런데 숫자는 반대를 말한다. 이 국회가 출범 후 쌓아올린 발의 법안은 1만8000건이 넘지만, 살아서 법이 된 것은 4명 중 1명꼴이다. 법을 만드는 기구가 아니라 법을 쌓아두는 창고, 그것이 지금 국회의 모습이다.
발의는 역대급, 처리율은 역대 최저
전자신문이 2월 집계한 22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23.9%다. 같은 기간 21대 국회(30.2%)보다 6.3%포인트 떨어졌고, 처리 건수도 400건 넘게 적다. 쿠키뉴스가 전반기 종료 직전 집계한 미처리 법안은 1만3058건. 발의된 법안의 97% 이상이 의원 발의인데, 정작 의원 발의 처리율은 22.5%로 정부 발의보다 낮다.
| 구분 | 22대 국회 | 21대 국회(동기간) |
|---|---|---|
| 법안 처리율 | 23.9% | 30.2% |
| 미처리 법안 | 1만3058건 | — |
| 의원 발의 처리율 | 22.5% | — |
| 처리 방식 1위 | 대안반영폐기 67.2% | — |
20년 새 발의 10배, 의원은 273명에서 300명
노동과세계가 2024년 분석한 국회 통계를 보면 20년 동국회 의원 수는 273명에서 300명으로 10%도 못 늘었는데 발의 법안 수는 10배 이상 불었다. 영남일보의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법안 발의량은 독일의 60배, 영국의 90배를 넘는다. 가결률은 16대 국회 37.7%에서 20대 국회 13.2%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입법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발의 남발이라는 구조 문제다. 이슈가 터지면 유사 법안이 수십 건 쏟아지고, 대표 발의 경쟁에 13분 만에 법안 하나를 찍어내는 실태를 한겨레가 2023년 보도한 바 있다.
법 한 줄 늘면, 누군가의 자유는 준다
자유주의 관점에서 법안 1건의 통과는 중립적 사건이 아니다. 세금이 늘거나, 허가가 생기거나, 형벌이 추가된다. 그런 법이 연간 수백 건씩 쌓이는 나라에서 국민이 지켜야 할 규범의 총량은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와 법제처의 처리 능력에 좌우된다. 쌓인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월 1억 회 조회가 증명하듯 국민이 매일 검색하고 배워야 하는 비용이 된다. 법제처 누적 통계 기준 공포된 법률만 2만1000건이 넘는다.
67%가 '대안반영폐기'라는 뜻
처리된 4427건 중 67.2%(2975건)는 대안반영폐기다. 제출된 원안이 심사도 없이 위원회 대안에 흡수돼 소멸하는 방식이다. 발의자는 보도자료와 홍보 효과만 챙기고, 법안의 실체는 누구도 검증하지 않은 채 사라진다. 겉으로는 입법 성적표가 되지만, 안에는 심의 없는 입법이라는 공백이 있다.
반론도 있다
의원 입법 확대를 행정부 독주를 견제하는 건전한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수 의원이 각자 입법을 준비하는 국회가 강한 국회라는 논리다. 실제 정부 발의 법안의 처리율이 높다는 점은 행정부 주도 입법의 위험도 함께 보여준다. 발의 건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심사 없이 발의하고 심사 없이 폐기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은 성립한다.
후반기 국회에서 봐야 할 숫자
100일 정기국회의 성적표는 처리 법안 수가 아니다. 미처리 1만3058건을 얼마나 검증하고 정리하는가, 그리고 새로 쌓을 법안만큼 폐지하는 법안을 내놓는가다. 발의 경쟁이 아니라 정리 능력으로 국회를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22대 국회 법안 처리율 23.9%, 2026.2), 쿠키뉴스(미처리 법안 1만3058건·대안반영폐기 67.2%, 2026.4), 노동과세계(발의 10배 증가 분석, 2024.12), 한겨레(입법 실태 보도, 2023.7), 법제처 법령통계(moleg.go.kr), 연합뉴스(정기국회 일정).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