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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삼국지…4F²에 걸린 한국의 5년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0/25 9:07:54· Updated 2026/10/25 9:34:48

같은 질문에 세 개의 답이 나왔다. "D램 셀을 어떻게 더 작게 만들 것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F² 구조라는 정공법을 택했고, 마이크론은 그 길을 "신화"라 부르며 3D 적층으로 방향을 꺾었다. 중국 CXMT는 미국의 장비 통제를 뚫는 구멍으로 4F²를 골랐다. 10월 들어 세 개의 답이 시장에서 충돌하자 국내 메모리 주가가 출렁였다.

정공법에 건 한국의 5년

D램 경쟁은 데이터 한 비트를 담는 셀의 바닥 면적을 줄이는 싸움이다. 구조는 8F²에서 6F²로 좁혀진 뒤 10나노급 6세대(1c) 공정까지 10년 넘게 제자리였다. 4F²는 트랜지스터를 세워 그 면적을 한 번 더 줄이는 다음 관문이다. 삼성전자는 5년 전부터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와 산화물 반도체(IGZO) 소재에, SK하이닉스는 수직 게이트(VG) 플랫폼과 웨이퍼 본딩 결합에 힘을 쏟아왔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의 4F² 양산 목표는 2027~2028년이다. 커패시터가 서로 쓰러지지 않게 간격을 잡고 누설 전류를 막는 일이 남은 관문이다.

"신화"라 부르며 등 돌린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10월 21일(현지시간) 기술 웨비나에서 4F² 도입을 공식 포기했다. 스콧 드보어 사장 겸 최고기술·제품책임자(CTPO)는 20년 넘게 연구했지만 실행 가능한 스케일링 경로가 없다며, 6F² 대비 밀도 이점은 "약간 신화에 가깝다"고 잘랐다. 대신 2027년 하반기 미국 보이시에서 1δ(델타) 노드를 양산하고, 1ε(엡실론) 단계부터 웨이퍼 본딩을 넣어 2030년 전후 3D D램으로 넘어가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프로세서 바로 위에 메모리를 얹는 '버티컬 HBM'도 함께 내놨다.

CXMT에게 4F²는 비상구다

미국의 EUV 노광장비 통제로 선폭 미세화가 막힌 CXMT는 구형 ArF 장비로도 칩 면적을 줄일 수 있는 4F²를 골랐다. 차오캉위 사장은 10월 11일 상하이 칩렛 콘퍼런스에서 4F² 기반 서버용 DDR5 RDIMM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지앤이뉴스). 삼성전자의 동일 기술 적용이 2028년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표면상 2년 앞선다. PC용 저가 칩이 아니라 서버용 제품을 겨냥했다는 점이 이 발표의 무게다.

기업노선핵심 기술목표 시점
삼성전자·SK하이닉스4F² 정면 승부VCT·VG 수직 트랜지스터, 웨이퍼 본딩, IGZO2027~2028년 양산
마이크론6F² 연장 후 3D 전환웨이퍼 본딩, 3D D램, 버티컬 HBM1δ 2027년 하반기, 3D D램 2030년 전후
CXMT4F² 조기 상용화ArF 노광장비로 면적 축소올해 안 서버용 DDR5 출시

시장은 하루 만에 채점판을 열었다

CXMT 발표 직후 국내 메모리 주가가 무너졌다. 전자신문은 CXMT의 4F² 상용화 계획이 전 세계 메모리 주가를 출렁이게 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큰 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하루새 30조 증발'이라는 제목으로 이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기술의 성패는 아직 갈리지 않았다. 4F²가 성공하면 6F²에 머문 마이크론과 격차가 벌어지고, 실패하면 막대한 매몰 비용을 안은 채 역추격을 허용한다. 램리서치가 "3D 직행은 아주 좋은 일"이라며 D램 로드맵 우려를 정면 반박한 것처럼, 마이크론의 우회로가 정답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28년에 답이 나온다

기술주권은 보조금이나 관세로 지키는 게 아니다. 승부의 시점을 정확히 잡는 데서 나온다. 한국의 5년짜리 정공법은 2027~2028년 양산 성패로 채점받는다. 수직 구조 형성에 쓰이는 초정밀 증착(ALD)·식각 장비 수요가 커진다는 점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받을 배당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2029년까지 메모리 공급 과잉 징조가 없다고 본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수요는 걱정이 아니다. 시간이 걱정이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마이크론 4F² 포기 단독·한·미·중 D램 삼국지, 2026.10.22), 지앤이뉴스(CXMT 4F² DDR5 RDIMM 연내 출시, 2026.10.11), 머니투데이(2026.10.15).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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