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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병목이 GPU에서 메모리로 넘어왔다…이익률 76%가 증거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0/27 9:09:18· Updated 2026/10/27 9:35:45

AI 경제의 승부처가 연산에서 데이터 이동으로 옮겨갔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9개 클라우드 사업자가 올해 9,570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이, 병목의 한복판에 선 메모리 업체는 사상 최대 이익률을 기록했다. 내일(28일) 오전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 구도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병목은 '계산'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

전 인텔 그래픽 부문 총괄이자 OXMIQ 랩스 CEO인 라자 코두리는 최근 SK하이닉스 뉴스룸 기고에서 AI 시스템의 제약이 연산량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 비용이라고 짚었다. 곱셈·덧셈 한 번은 펨토줄 수준의 에너지를 쓰지만 칩 밖 DRAM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온칩 읽기의 수백~수천 배다. 트랜스포머는 가중치 전체를 칩 안에 담지 못하고 문맥이 길어질수록 KV 캐시가 불어나, 시스템은 HBM에서 데이터를 되풀이해 긁어온다. 연산이 싸고 이동이 비싼 구조에서는 메모리 대역폭이 곧 성능이자 전기요금이다.

투자 규모는 1년에 두 배로

구분2026년(전망)2027년(전망)
9개 CSP 시설투자9,570억 달러 (+106%)1조 5,000억 달러 돌파 (+60%)
AI 서버 매출약 4,790억 달러약 9,200억 달러 (+90%)
전체 서버 시장6,392억 달러1조 달러 돌파(사상 처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10월 14일 내놓은 전망이다. 2027년 성장률은 기존 50% 예상에서 60%로 상향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상향 이유로 완제품 가격 상승과 부품 품귀를 꼽으며, 특히 "핵심 부품, 그중에서도 메모리의 품귀와 가격 상승이 차세대 AI 랙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투자가 몰릴수록 부품 값이 오르고, 부품 값이 오를수록 투자액이 불어나는 구조다.

이익률 76%가 남긴 기록

SK하이닉스2분기 20251분기 20262분기 2026
매출22.2조 원52.6조 원79.3조 원
영업이익률41%72%76%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76%다. 전년 동기 41%, 직전 분기 72%에서 다시 올랐다. 회사는 HBM4가 2분기에 양산 출하됐고 HBM4E 샘플 공급도 상반기에 마쳤으며, 약 10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주 OCP 글로벌 서밋에서는 메모리를 랙 단위로 묶는 'MARS' 시스템과 HBF(고대역폭 플래시)를 내놓고 "메모리 중심 서버가 미래"라고 못박았다. 부품을 파는 회사가 시스템 설계를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병목은 광섬유와 전력으로도 번진다

같은 가격 급등은 광섬유에서도 나타난다. 트렌드포스 집계로 광섬유 현물가는 올해 2025년 대비 2.8~5배 뛰었고, 올해 글로벌 공급 부족분은 1억 8,000만 fiber-km에 이른다. 주요 공급업체 물량은 2027년 1분기까지 이미 예약됐다. 전력 사정도 비슷하다. IEA 추계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세계 전력의 1.5%)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를 넘는다. 자본이 몰리는 곳에 물리적 한계가 따라붙는 그림이다.

그러나 106%는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

낙관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목도 같은 자료 안에 있다. 올해 106% 성장은 저점 반등의 효과를 크게 받았고, 품귀가 만든 가격 상승이 매출 증가의 상당 몫을 차지한다. 공급이 풀리면 가격은 되돌아간다. 메모리 업은 초호황과 폭락을 반복해온 산업이고, 1조 달러를 넘는 서버 시장의 상단에서 수요가 꺾이면 메모리 가격의 하방 탄력은 상방만큼 크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계약금을 미리 걸고 물량을 잠그는 방식 자체가 하방 리스크를 경계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메모리는 지금 AI 산업에서 희소성이 응축된 지점이다. 이 가격 결정력은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시장이 준 것이고, 시장이 회수해 갈 수도 있다. 내일 실적 발표에서 볼 것은 사상 최대치 갱신 여부보다, 76%라는 이익률이 정점인지 아니면 남은 상승분인지에 대한 회사 스스로의 판단이다. 그 판단이 내년 한국 수출의 그림을 결정한다.


분석 근거: 트렌드포스 보도자료(2026.10.14·10.19), SK하이닉스 뉴스룸 2분기 실적 발표(2026.7.29), OCP 글로벌 서밋 발표(2026.10.16), 라자 코두리 기고(2026.10.21),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초청(2026.10.21).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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