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0원에 안도할 때 아니다…원화는 사실 2년 만에 최강세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수입물가 부담이 덜었다는 계산이 먼저 나오는 판이다. 그런데 같은 날 짚어진 다른 숫자는 이야기를 뒤집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원화의 명목실효환율이 약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이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달러만 보면 안 보이는 원화의 값
BIS 집계로 10월 20일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94.83(2020년=100)이었다.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최고다. 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의 무역 비중을 반영해 통화 가치를 재는 지표로, 지수가 오르면 원화가 비싸졌다는 뜻이다. 원/달러가 조금 내린 정도가 아니라, 한국이 실제로 붙어서 경쟁하는 나라들의 통화 바구니에서 원화가 2년 만에 가장 강했다는 것이다.
한 달에 3.2% 오른 실질실효환율
물가 차이까지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은 더 가파르다. 9월 92.73으로 전월 89.88보다 3.2% 올랐다. 이 지표의 상승은 곧 가격경쟁력 하락이다.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 제품과 부딪히는 시장에서 원화 강세는 달러로 환산한 이문을 그만큼 깎는다.
| 지표 | 수치 | 비교 |
|---|---|---|
| 원/달러 환율 | 1,320원대 초반(10월 하순) | 하락 |
| 명목실효환율(BIS, 10월 20일) | 94.83 |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최고 |
| 실질실효환율(9월) | 92.73 | 전월 89.88 대비 +3.2% |
강세가 늘 손해는 아니다
반론은 분명하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실질소득을 지키고, 원자재와 에너지를 사들이는 기업의 원가를 깎는다. 통화가 대접받는 나라는 그만큼 재무건전성에 대한 시장 평가가 좋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늘 변수다. 한쪽 숫자만 들고 방향을 단정하면 그것 역시 반쪽 분석이다.
원/달러 하나에 건 의사결정의 위험
문제는 관행이다. 기업의 환리스크 관리와 환율 보도가 원/달러 하나에 매달려 있다.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더라도, 경쟁은 위안화와 엔, 동남아 통화로 치러진다. 실효환율이 2년 만에 최고라는 사실은 수출가를 다시 정하는 근거로 쓰여야 할 숫자다. 정책당국이 특정 환율 수준을 입에 올리는 순간 시장은 그 숫자를 내기판으로 삼는다. 지켜야 할 것은 환율 목표가 아니라 헤지와 가격결정력이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TV·재경일보(2026년 10월 26일 보도), 국제결제은행(BIS) 실효환율 통계, 부산일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