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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190조 '삼전닉스', 호황의 대가는 소비자 계산서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1/8 9:09:46· Updated 2026/11/8 9:09:55

한국 반도체 두 회사가 한 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90조 원을 넘었다. 삼성전자 107조4,000억 원, SK하이닉스 83조3,338억 원. 전년 동기보다 각각 782.5%, 632.1% 늘어난 숫자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9.7%로, 제조업의 실적표라기보다 채굴업의 실적표에 가깝다. 그러나 이익의 상당 부분이 물량이 아니라 가격에서 나왔다면, 그 차액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계산서에 얹혀 있다는 뜻이다.

숫자의 출처는 가격이다

실적의 방정식은 단순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세 배 늘었고 HBM 매출의 60%를 HBM4가 차지했다고 밝혔다(조선비즈, 10월 29일). SK하이닉스도 HBM4 출하 본격화와 서버용 DDR5 판매 확대가 실적을 끌었다(연합뉴스, 10월 28일). 문제는 범용 시장이다. 트렌드포스 집계(11월 6일)에서 단종 수순에 들어간 DDR4 16Gb 스팟 고가는 개당 115달러로 신형 DDR5 고가(73달러)를 웃돈다. 공급자들이 PC용 생산을 서버용으로 돌리면서 PC DRAM 계약가도 오르는 중이다.

2026년 3분기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출195조 원 (+126.6%)104조6,155억 원 (+327.9%)
영업이익107조4,000억 원 (+782.5%)83조3,338억 원 (+632.1%)
영업이익률55.1%79.7%

솔드아웃 선언, 방향타는 엔비디아가 쥐었다

양사는 호황의 지속을 공언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물량이 목표 가격으로 이미 솔드아웃됐고 장기공급계약(LTA) 10곳과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생산능력의 60~70%를 LTA로 묶을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도 2030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수요의 방향타는 구매자가 쥐고 있다. 지디넷코리아 보도(10월 26일)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루빈 울트라'에서 HBM4E 12단 단일 탑재 안을 발열과 수율 문제로 접고 8단 병행 안을 검토 중이고, 두 회사는 이에 맞춰 2027년 2분기로 8단 양산 일정을 다시 짠다. 고객 한 곳의 열관리 문제가 공급 두 회사의 로드맵을 흔드는 구조다.

이번엔 캐펙스 망령 대신 주주환원

과거 호황기와 다른 점도 분명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100조 원으로 늘렸다. 자사주 20조 원 매입(절반 소각), 주당 2만 원 분기 배당에 키옥시아 지분 매각 차익까지 나눴다. 투자는 규모와 시기를 수요에 맞춰 조절하고, 고객의 캐펙스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과 조달 여력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과잉투자의 기억이 규율로 남은 것이다. 이 현금이 정부 지출로 흡수되지 않고 배당과 소각으로 주주와 연금으로 돌아가는 흐름은 자본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호황의 형태다.

호황의 세금, 계산서는 이미 나가고 있다

반론도 공정하게 들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실재하며, 삼성전자는 팹 신축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 탓에 2028년에도 공급이 빠듯하다고 본다.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는 쪽의 논리다. 그래도 가격 상승의 청구서는 이미 배달됐다. 삼성전자 스스로 모바일과 PC에서 메모리 값 상승에 따른 수요 조정 가능성을 인정했다. PC·스마트폰 업체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메모리 인플레이션'의 규모가 커질수록, 190조 원의 일부는 같은 경제 안 다른 주머니에서 이동한 돈이다. 원화 강세로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외환 손실 11조6,000억 원을 본 것처럼 숫자의 이면엔 언제나 반대 부호가 붙는다.

정부가 챙길 몫이 아니다

정책적 함의는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 세수에 기대어 지출 구조를 키우면, 사이클이 돌아설 때 같은 지출이 부채로 남는다. 기업들은 배당과 소각으로 스스로 완충장치를 만드는 중이다. 정부의 역할은 돈을 걷어 쓰는 일이 아니라 팹과 발전소가 제때 지어지도록 허가와 인프라의 병목을 걷어내는 일이다. 호황은 기업이 벌고 규칙은 정부가 지키는 순서가 지켜질 때, 190조 원은 한국 경제의 기록으로 남고 그 반대일 땐 정부 재정의 짐으로 남는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2026.10.28), 조선비즈(2026.10.29), 지디넷코리아(2026.10.26), 트렌드포스 DRAM 스팟 가격(2026.11.6 집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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