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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1500조인데 비율은 내려간다? 821조 예산의 착시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1/7 19:07:43· Updated 2026/11/7 19:16:35

2027년 예산안에서 두 숫자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하나는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1.6%에서 48.3%로 떨어진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1500조 원을 넘고 국고채 이자비용은 처음으로 40조 원대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가 9월 1일 발표한 문서에 두 숫자가 나란히 들어 있다. 비율로 읽으면 살림이 나아졌고, 금액으로 읽으면 나랏빚은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한다.

12.8%, 2009년 이후 첫 두 자릿수

내년 총지출은 820조 9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727조 9000억 원)보다 93조 원(12.8%) 늘었다. 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이후 처음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2030년 총지출을 1,005조 2000억 원, 첫 1000조 원 시대로 본다. 다섯 번의 예산으로 지출이 38% 커지는 경로다. 세수 호황이 마중물을 댔지만, 이렇게 쌓은 지출 기반은 경기가 식어도 저절로 줄지 않는다.

비율을 끌어내린 것은 분모다

채무비율 하락은 빚이 준 결과가 아니다. 국가채무는 내년 1,519조 8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00조 원 넘게 증가하고, 2030년엔 1,734조 1000억 원까지 간다. 비율을 낮춘 건 분자가 아니라 분모, 반도체 호황으로 부풀어 오른 명목 GDP다. 내년 국세수입 전망은 584조 4000억 원으로 49.8% 급증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비율 개선이 분모 확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채무비율 감소 착시 속 슈퍼예산, 반도체가 꺾이면 독이 된다'고 보도했다. 수출 절반을 반도체에 얹은 경제에서 세수 전망 자체가 한 품목에 묶여 있다.

이자 42조 8000억, R&D보다 큰 청구서

이자는 감출 수 없는 값표다. 국고채 이자비용은 내년 42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40조 원을 넘고, 2030년엔 53조 3000억 원에 이른다. 2025년 평균 2.66%로 빌린 국채를 올해 7월 기준 4.07% 금리로 갈아타며 비용 곡선이 꺾였다. 내년 이자비용은 R&D 예산(35조 5000억 원)은 물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41조 2000억 원)보다 크다. 미래 투자보다 지난 지출의 값이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가 시작됐다.

반론: 적자는 3조로 줄어든다

정부 논리에도 근거가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3조 1000억 원(GDP 대비 -0.1%)으로 올해 107조 6000억 원에서 크게 개선되고, 정부는 재정준칙(적자 3% 이내) 사수, 2030년까지 채무비율 49.0% 관리, 지출 구조조정 병행을 약속했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선진국도 확장 재정을 쓰고 있다는 해명 자료를 냈고, 확장 재정이 성장과 세입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가정에 기반한다는 설명도 반복했다. 증시가 급락한 국면에서 재정을 조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금융위기와 팬데믹이 이미 보여줬다는 반론도 힘이 있다.

162조 기금이 아니라 지출 규칙이 시험대

계획서를 끝까지 읽으면 2028년 이후 적자는 다시 벌어져 2030년 100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가 내세운 탄력 장치는 세수 추세선 초과분 162조 3000억 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묶고 12조 5000억 원어치 국채 발행을 줄이는 설계다. 호황기 들어온 돈을 아껴 미래에 쓰겠다는 약속으로, 평가할 만하다. 약점은 이를 강제할 규칙이 계획서뿐이라는 점이다. 지출 증가율을 2028년 9.0%, 2029년 7.0%, 2030년 5.0%로 낮춘다는 경로는 어느 해 예산에서든 반등할 수 있다. 12월 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물어야 할 것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반도체가 꺾였을 때 되돌릴 수 있는 지출이 얼마나인가다.

재정 지표2026년2027년(예산안)
총지출727조 9000억 원820조 9000억 원(+12.8%)
국가채무1,412조 8000억 원(추경)1,519조 8000억 원
GDP 대비 채무비율50.6%(추경)48.3%
관리재정수지-107조 6000억 원-3조 1000억 원
연도국가채무국고채 이자비용
20271,519조 8000억 원42조 8000억 원
2030(전망)1,734조 1000억 원53조 3000억 원

분석 근거: 기획예산처 2027년도 예산안 및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국회예산정책처 중기재정 전망, 아시아경제·조선일보·한국무역협회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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