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의 이름을 부르면서 유네스코 등재는 남이 먼저 하게 두는 것은 전통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그 전통의 이름을 남의 것으로 등록되게 두는 일이다광장
종주국의 지위는 서류가 아니라 행정이 증명할 때 지켜진다.
백영우 필자2026년 11월 7일국기(國技)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예'로 등재될 상황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세계일보, 11.7). 북한이 단독으로 낸 신청 안이 유네스코 평가기구에서 등재 권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밝혔고, 남북 공동 등재는 무산됐습니다(싱글리스트, 11.2). 국민의힘은 7일 "대한민국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에도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국민일보, 11.7).
종주국은 명분의 이름이 아니라 관리 책임의 이름입니다. 국제 등재 무대에서 지위는 서류가 아니라 행정이 증명하는데, 한국은 그 행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2024년 3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냈음에도, 정부는 그해 8월 MBN 취재가 있기까지 심사 발표 날짜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sports.naver.com). 북한이 서류를 준비해 평가기구에 제출하는 동안 국가유산청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빼앗긴 것은 상대의 움직임이 아니라 우리의 부재입니다.
왜 남북 공동 등재는 무산됐습니까. 허민 청장은 북한과 관계없이 우리 태권도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주도권을 이미 넘긴 뒤에 나온 사후 대응입니다(KBS, 11.2). 공동 등재를 추진하겠다던 입장이 단독 등재 추진으로 바뀌는 사이에 북한의 신청이 평가기구의 권고로 이어졌습니다(싱글리스트, 11.2). 올해 '한지 제작 전통'이 등재돼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무형유산이 24건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KBS, 11.2). 한지는 지키면서 태권도는 놓쳤다는 말은 행정의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국가유산청이 태권도 단독 등재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면 북한보다 먼저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2024년 3월 신청 이전에 한국이 먼저 움직였어야 했습니다(sports.naver.com). 종주국이라는 말은 서류 한 장 없이 국제기구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국기라 부르면서 그 국기를 국제 무대에 등록하는 행정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부와 국가유산청은 지금까지의 대응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남은 절차에서라도 역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넘어간 주도권에 대한 승인으로 읽힙니다. 종주국의 이름을 부르면서 유네스코 등재는 남이 먼저 하게 두는 것은 전통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그 전통의 이름을 남의 것으로 등록되게 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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