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명 반등, 예산 때문이 아니다
202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0명으로 2년 연속 올랐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 예산을 2026년 70조 4천억 원까지 늘려놓은 참이라 반가운 숫자다. 그런데 숫자를 뜯어보면 반등의 진짜 동력은 예산표가 아니라 인구 그래프에 있다. 정부가 쓴 돈과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로 한 이유는, 이번에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18년, 380조 원, 그리고 반토막 난 출산율
한국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약 378조 1천억 원을 썼다. 그사이 합계출산율은 1.23명에서 0.72명으로 떨어졌다. 예산은 늘고 출산율은 줄어드는 역설이 거의 20년간 이어진 셈이다. 국제기구가 육아·보육 직접 지원만 저출산 예산으로 잡는 것과 달리 한국은 주거·고용·지역균형까지 이 항목에 포함시켜 왔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고, 이 점이 예산 규모와 실제 효과 사이 괴리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025년 반등, 진짜 동력은 '에코붐 세대'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같은 해 혼인 건수는 24만 326건으로 8.1% 증가했고, 30대 후반 여성 출산율은 인구 1천 명당 52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 반등의 배경으로 1990년대 초중반생,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가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에 대거 진입한 시점을 꼽는다. 이 세대는 부모뻘인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코호트라 절대 인구수 자체가 많다. 예산이 갑자기 효과를 낸 게 아니라 결혼할 사람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
표로 보는 엇갈린 곡선
| 구분 | 2006년 | 2018년 | 2024년 | 2025년 |
|---|---|---|---|---|
| 합계출산율 | 1.23명 | 0.98명 | 0.75명 | 0.80명 |
| 저출산 예산 규모 | 정책 시작 | 누적 확대 중 | 누적 약 380조 원 | 2026년 단년 70.4조 원 |
같은 표 안에서 예산은 꾸준히 우상향했고 출산율은 대부분 우하향했다. 2025년의 반등만 떼어 예산 정책의 성과로 포장하면 앞선 18년의 실패는 설명할 길이 없다. 코호트 규모라는 인구학적 설명이 데이터에 훨씬 부합한다.
반론: 예산이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정부 예산이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2026년 예산안은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8세 이하로 넓히고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등 결혼·출산 문턱을 낮추는 항목을 포함한다. 혼인 건수 증가가 코호트 효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신혼부부 대출이나 주거 지원 확대가 결혼 결정의 타이밍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남는다. 다만 이 효과가 인구 구조 효과보다 크다는 증거는 아직 제시된 적이 없다.
다음 코호트가 지나가면 드러날 것
2차 에코붐 세대의 결혼 적령기 진입은 2020년대 후반이면 마무리된다. 그 이후에도 출산율이 0.8명대를 유지하거나 오른다면 그때는 정책 효과를 말할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코호트 효과가 빠지면서 출산율이 다시 꺾인다면, 70조 원짜리 예산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건 숫자 하나뿐이다. 2025년 반등의 절반 이상은 정책이 아니라 인구 시계가 만들어냈다.
분석 근거: 국가데이터처(통계청) 2025년 출생·사망통계 및 혼인·이혼통계, 기획재정부 2026년 예산안 보도자료,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뉴시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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