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조달시장 리포트: 보험사도 조달 한 번뿐
정부 조달 시장은 지금 넓고도 얕다.
공공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시장에 발을 들인 기업의 업종 스펙트럼은 예상보다 다채롭다. 반면 개별 기업이 쌓아 올린 실적은 바닥에 가깝다. 어느 기업이든 남긴 조달 기록은 단 하나뿐이다.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그 문을 반복해서 통과한 곳은 드물다는 뜻이다.
건설·엔지니어링이 축이고 녹색·디지털이 가장자리다
데이터의 뼈대는 실물 인프라다. 한인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한빛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고 에이스톤엔지니어링, 늘품이앤씨가 기술과 시공을 뒷받침한다. 삼정엔지베이터처럼 완성된 시설물을 돌보는 유지관리 기업도 자리를 잡았다. 공공투자가 예산 집행에서 설계, 시공, 관리로 이어지는 긴 파이프라인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자리는 녹색과 디지털이 차지한다. 대훈환경, 대경산림개발, 유한회사 산림자원개발 등 환경·산림 분야 기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점은 국유림 관리나 환경시설 운영 같은 정책 수요가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강지리정보의 공간정보, 혁신안전기술의 안전진단, 인터즈와 와이블의 정보기술, 마이샵온샵의 전자상거래까지 행정 디지털화가 만든 수요가 조달 시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채로운 지점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처럼 금융권 이름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까지 공공 구매의 반경에 들어왔다면 조달은 이제 물건을 사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시장으로 업종 지도 자체가 다변화하는 중이다.
단 한 번의 계약이 말해주는 것
기업별 실적이 하나에서 멈춰 있는 구조는 두 겹으로 읽힌다. 우선 경쟁이 치열하다. 공공 발주는 대부분 입찰 경쟁을 거치며 낙찰자가 수시로 바뀌고, 그 결과가 골고루 흩어진 실적표로 나타난다. 다른 축은 진입장벽의 낮음이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같은 전자조달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지방 중소기업도 온라인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남도관광, 연암, 태성, 새로이 같은 지역 서비스기업 이름이 데이터에 함께하는 배경이다.
마크 트웨인은 의심스러울 때는 진실을 말하라고 했다. 숫자가 말하는 진실은 냉정하다. 조달은 대부분 기업에게 주력 사업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안전판이자 반등의 발판이라는 것. 민간 발주가 위축되는 국면에서 공공 수요는 중소기업의 매출 공백을 메워주는 완충지 역할을 해왔다.
전망: 단발성 참여에서 반복 수주로
향후 흐름은 두 갈래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녹색 공공투자가 확대되는 시나리오에서는 환경, 산림, 공간정보 분야가 구조적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정책 예산이 산림 복원과 환경 인프라로 흐르는 한 관련 기업의 수주 기회도 함께 늘어난다. 디지털 행정 투자가 이어지는 시나리오에서는 정보기술과 전자상거래 기업의 진입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과제는 지속성이다. 첫 계약을 따는 것과 그 실적을 다음 계약의 디딤돌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경쟁이다. 발주 이력과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기업만이 단발성 참여자에서 반복 수주자로 넘어갈 수 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다. 조달 시장의 문은 넓다. 다만 그 안에 오래 머무는 자리는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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