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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용혜인 배후설', 원장부에는 없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9. 2. AM 10:54:16· 수정 2026. 9. 2. AM 11:53:16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번지고 있다. 특정 사업가가 후보자가 몸담았던 정치 조직의 자금줄이었고, 그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확인할 방법은 있다. 정치자금은 기록으로 남는다. 본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국회의원 후원회 고액기부자 명단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전량을 내려받아 조회했다.

결과는 없음이었다.

18년치 명단에 그 이름은 없다

연간 300만원을 넘게 기부하면 이름과 직업, 기부일자가 공개된다. 이 명단 전체에서 배후로 지목된 인물의 이름은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특정 연도나 특정 의원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18년간 전국 모든 국회의원 후원회를 통틀어 0건이다.

직업란을 '보드게임' 또는 '게임'으로 신고한 기부자 역시 0건이었다.

용혜인 후보자 본인이 받은 고액후원은 국회의원 6년을 통틀어 3건, 기부자 2명, 1500만원이 전부다. 2020년과 2021년에 한 사람이 각각 500만원, 2025년에 다른 한 사람이 500만원을 냈다. 재선 의원의 6년치 고액후원으로는 국회에서 손에 꼽게 적은 액수다.

애초에 회사는 후원할 수 없다

법리를 짚을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법 제31조는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한다. 회사가 회사 이름으로 정치인을 후원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회사가 자금줄"이라는 주장은 성립할 구조가 없다.

남는 경로는 개인 명의뿐인데, 그 개인 명의 기록이 0건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렇다. 연 300만원 이하 소액 후원은 공개 대상이 아니므로 "후원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소액은 정의상 자금줄이 아니다. 자금줄이라 부를 만한 규모의 후원은 공개기록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사실이다

확인되는 사실도 있다.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과거 노동당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에 재정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다. 2018년 노동당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당이 그의 재정적 지원에 크게 의존했다"고 적었다. 알바노조 상근자 3명분의 인건비를 매달 현금으로 부담했다는 내용도 그 문서에 있다.

용혜인 후보자가 노동당 소속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9년 1월 27일 당대표에 당선됐고, 그해 8월 12일 탈당해 이듬해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두 사실은 시점이 겹치지 않는다. 그는 2018년 탈당했고, 용혜인 후보자가 당대표가 된 것은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19년 1월이다. 보고서는 그의 탈당 이후 당에 재정 위기가 왔다고 기록했다. 후보자가 맡은 것은 그의 돈으로 굴러가던 당이 아니라, 그가 떠나 재정이 무너진 당이었다.

겹치는 구간이 아예 없지는 않다. 후보자는 2013년부터 알바연대와 알바노조에서 활동했고, 이는 그가 알바노조에 재정을 지원하던 시기와 겹친다. 다만 그가 인건비를 부담한 상근자 3명이 누구인지는 보고서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1차 자료에도 그 이름은 없었다

배후설의 근거로 지목되는 것은 2018년 진보정당 내부에서 벌어진 이른바 '언더조직' 논란이다. 본지는 당시 보도 원문을 확인했다.

2018년 2월 1일 프레시안 보도와 같은 달 오마이뉴스에 실린 당사자 기고문 어디에도 특정인의 실명은 없다. 기고문 필자는 "특정해서 글을 쓰지는 않겠다"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확인된 당시 보도 10건 가운데 해당 인물을 실명으로 쓴 기사는 한 건도 없다.

무엇보다 그 사건의 조사 문서에 용혜인 후보자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사흘 전에 시작됐다

본지는 국내 주요 커뮤니티 10곳에서 수집한 게시글 17만3천여 건과 댓글 141만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로 배후설의 확산 경로를 실측했다.

용혜인 언급은 8월 29일 하루 1건에서 지명 보도가 나온 8월 30일 524건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배후로 지목된 인물의 이름이 등장한 게시글은 5건, 댓글은 7건이 전부다. 용혜인 언급량의 0.3% 수준이다.

최초 등장은 8월 30일 한 커뮤니티 게시글이었고, 9월 2일 현재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 게시글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그게 누군가요?"

8월 30일 이후 용혜인 관련 게시글 1328건을 제목 키워드로 집계하면 장관 254건, 이재명 98건, 비례 61건, 성평등 40건, 청문회 35건, 사퇴 33건 순이다. 배후설과 직결되는 키워드는 최하위권이다.

다만 오늘, 실명 증언이 나왔다

본지가 이 기사를 준비하던 2일 오전, 서울경제는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의 공개 발언을 보도했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자신도 문제의 비공개 조직에서 활동했다고 밝히며, 용혜인 후보자를 비롯한 기본소득당 주요 인사들이 그 조직에 함께 소속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조직에 대해 "단순한 비공개 의견 그룹이 아니었다. 공개되지 않은 별도의 지역 및 영역별 책임자와 조직도를 갖춘 전국 단위 조직이었다"고 했다. 조직 내 성차별적 문화와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묵살된 경위, 성폭력 가해자의 처우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이는 본지가 검증한 것과 층위가 다른 사안이다. 본지는 자금이 오갔는지를 공개 기록으로 확인했고, 김 전 위원장은 조직적 연계를 증언한다. 두 사실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후원 기록이 없다는 본지의 확인 결과는 그대로 유효하며, 동시에 조직적 연계 주장은 별도로 검증되어야 할 사안이다.

다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증언은 실명으로 제기된 구체적 진술이라는 점에서, 출처 없이 유통되던 온라인의 주장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본지는 이 증언과 2018년 노동당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원문을 대조해 확인 가능한 범위를 이어서 보도한다.

검증되지 않은 것을 검증된 것처럼 옮기지 않는 일

후보자를 둘러싼 쟁점은 실재한다.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 소관 분야 전문성, 여성계의 지명 철회 요구는 모두 공개된 사실에 근거한 논쟁이다.

자금줄 주장은 그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와 후보자를 잇는 자금 기록은 18년치 원장부 어디에도 없다. 조직적 연계를 둘러싼 주장은 성격이 다른 사안이며, 본지는 이어서 확인한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은 옮기는 순간 사실이 된다. 원장부는 그런 주장을 확인하라고 공개되어 있다.

[알림] 이 기사는 2026년 9월 2일 오전 10시 52분 처음 발행됐습니다. 발행 시점에 본지는 "주류 언론이 해당 인물을 실명으로 보도한 적이 없다"고 적었으나, 같은 날 오전 10시 서울경제가 실명 보도를 내보낸 사실을 확인해 해당 대목을 바로잡고 관련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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