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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붐, 전력망이 발목 잡는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19. PM 5:02:22· 수정 2026. 7. 20. AM 3:22:19

한국 경제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역대급으로 몰리는데, 정작 그 공장과 서버에 전기를 넣어줄 송전선은 10년 넘게 제자리다. 성장 서사는 화려하지만 그 밑을 받치는 전력망은 이미 삐걱거리고 있다.

숫자로 보는 병목

국내 데이터센터의 IT 전력 사용량은 2020년 398MW에서 2025년 1,000MW를 넘었고, 2029년에는 1,569M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전자신문). 9년 만에 4배 규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종 15GW가 필요한데 현재 확보된 물량은 9GW 수준이고,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공급 계획은 아직 백지 상태다(경인일보).

구분수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020년398MW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025년1,000MW 초과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029년 전망1,569MW
용인 클러스터 필요 전력15GW
용인 클러스터 현재 확보9GW

12년 걸린 송전선이 말해주는 것

숫자보다 무서운 건 속도다. 북당진~신탕정 송전 구간은 원래 계획보다 12년가량 늦어져서야 지난해 말 공사가 끝났다(서울신문). 동해안~신가평, 신시흥~신송도 같은 다른 사업들도 주민 수용성과 지자체 갈등에 걸려 지지부진하다. 반도체 팹은 설계·건설 일정에 맞춰 정확히 움직이지만 송전탑 하나는 지역 여론에 발목 잡혀 몇 년씩 밀린다. 이 비대칭이 지금 용인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뒤늦게 움직이는 정부, 방향은 맞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977년 이후 49년 만에 시간대별 체계로 개편돼 올해 4월부터 시행 중이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AI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제와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미국이 데이터센터 전기요금을 최대 10배 올리는 식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반면, 일본은 오히려 절반으로 깎아 유치 경쟁을 벌인다(한국데이터경제신문). 한국은 이제야 이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가격 신호가 없던 20년의 청구서

문제의 뿌리는 규제로 눌러온 전기요금에 있다. 산업용 요금이 2021~2025년 63% 오르는 동안에도 원가에는 못 미쳤고, 정부는 지난 6분기 연속 요금을 동결했다. 값싼 전기가 수도권 데이터센터 쏠림을 부추긴 결과, 민간 데이터센터의 73.4%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전자신문). 원가를 반영한 가격이 진작 작동했다면 입지는 훨씬 분산됐을 것이고, 송전망 투자도 시장 신호를 따라 더 일찍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 인프라라는 반론도 있다

송전망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투자와 규제 리스크가 얽힌 영역이라, 정부·한전 주도의 계획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타당하다. 실제로 지중화 등 대안은 지자체와 한전의 협의로 풀리고 있다. 다만 이 반론이 정당화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지 가격 왜곡의 지속은 아니다. 계획은 정부가 짜더라도 비용은 원가에 맞게 매겨야 병목이 반복되지 않는다.

함의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와 지역별 요금제는 옳은 방향이지만 이미 몇 년 늦었다. 용인 클러스터의 나머지 6GW가 언제 채워지느냐가 한국 반도체 로드맵의 실제 속도를 결정한다. 전력망 확충 속도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반도체·AI 경쟁의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송전탑 인허가에서 갈릴 수 있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 서울신문, 경인일보, 아시아경제, 한국데이터경제신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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