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전쟁, 한국 승인률은 1.9%다
AI 붐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챗봇과 에이전트가 쏟아내는 화려한 시연 뒤에서, 그 모든 연산을 떠받치는 전력망은 이미 포화점에 다다랐다. 세계는 전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 경쟁의 출발선에서부터 인허가라는 자기 발목을 잡고 있다.
가트너 숫자가 말하는 것: 전력이 새 병목이다
가트너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33기가와트(GW)로 전년(105GW) 대비 27% 늘고, 전력 소비량은 447테라와트시(TWh)에서 565TWh로 2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최적화 서버의 전력 소비는 2025년 95TWh에서 2026년 175TWh로 84.2% 급증한다. 2027년에는 AI 서버 전력 소비가 일반 서버를 넘어설 전망이다. GPU 성능이 아니라 변전소와 송전선이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수도권 승인률 1.9%, 한국의 구조적 병목
2026년 3월 기준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은 522건, 3만3,592MW에 달했다. 이 중 279건(53.4%)이 1차 기술검토에서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공급이 확정된 것은 10건, 1,010MW뿐이다. 신청 건수 대비 승인률은 1.9%에 그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70%가 몰려 있고 2029년에는 80%대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 구분 | 수치 |
|---|---|
| 총 신청 | 522건 / 33,592MW |
| 공급불가 판정 | 279건(53.4%) / 18,050MW |
| 최종 승인 | 10건(1.9%) / 1,010MW |
| 2028년 수도권 공급 전망 | 1,450MW 초과 |
정부는 원전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경북 영덕에 대형 원전 2기, 부산 기장에 소형모듈원전(SMR) 1기 부지를 확정하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집계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늘어난다. 2026년 6월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와 인허가 일괄처리를 담은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시행은 2027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숫자가 증명하는 수요 앞에서 제도의 발걸음은 한 박자 늦다.
반론: 원전·특구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수도권 집중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미 포화 상태인 수도권 전력 계통에 데이터센터가 더 몰릴 경우 지역 갈등과 계통 불안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원전과 SMR 확대만으로 해법을 낼 게 아니라 지방 분산 배치와 재생에너지 직접공급 같은 다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원전 부지 선정과 안전성 검증에는 지역 주민 동의와 시간이 필요해 단기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다.
시장이 이길 수 있는 조건
AI 경쟁은 결국 전력을 누가 더 빨리, 더 값싸게 끌어오느냐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 승인률 1.9%라는 숫자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도록 인허가 절차를 근본적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신호다. 특별법의 특례 조항이 2027년까지 미뤄지는 사이 투자는 전력을 먼저 확보한 나라로 옮겨간다. 원전이든 SMR이든 재생에너지든, 선택지를 정치가 아니라 속도와 비용으로 겨루게 하는 것이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결정이다.
분석 근거: 가트너(Gartner) 2026년 6월 보고서, CIO코리아, 전자신문, KHARN, 한국경제, 경향신문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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