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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오는데 전기는 안 온다, 데이터센터 병목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22. AM 11:02:14· 수정 2026. 7. 22. AM 11:02:25

한국의 AI 데이터센터 산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임대 시장은 공실률 5% 미만의 완전 매진 상태로 뜨겁고, 정작 새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확률은 100건 중 2건도 안 된다. 수요는 시장이 만들고 있는데, 공급을 틀어쥔 것은 여전히 국가 주도 전력망이라는 뜻이다.

승인률 1.9%가 말해주는 병목의 정체

전력거래소에 접수된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은 522건, 총 3만3592㎿ 규모다. 이 중 최종 공급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 건수 기준 승인률은 1.9%에 그쳤다. 자본과 기술은 대기 중인데 인허가·계통 접속이라는 국가 병목 하나가 투자 실행을 막아선 형국이다. 시장 신호는 명확한데 공급 곡선이 정부 계획표 속도로만 움직이는 전형적인 규제발 지연이다.

숫자로 본 팽창 속도

국내 IT 전력 공급 가능량은 2020년 398㎿에서 2025년 1000㎿를 넘어섰고, 2029년에는 156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9년 만에 약 4배 규모다. 수도권 민간 데이터센터 비중은 73.4%, 상업용 데이터센터 상면 가동률은 평균 92.43%로 사실상 포화다.

지표수치
IT 전력 공급 가능량(2020→2029)398㎿ → 1569㎿
수도권 전력계통 승인률(건수 기준)1.9%
수도권 데이터센터 임차 비중(2024)99.7%
㎾당 임대료(2019→2025)약 14만원 → 약 25만원(70%+↑)

원전·재생에너지, 답은 나와 있는데 속도가 없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폐지 석탄화력 부지를 활용한 '서해안 에너지 특화 벨트', 원전 인근 입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이런 대안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안 데이터센터 30개소 중 76.7%가 이미 비수도권행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못 지으면 해외에 짓는다는 선택지가 항상 열려 있는 산업에서, 인허가 지연은 산업 자체를 다른 나라로 밀어내는 비용이다.

반론: 계통 안정성은 공짜가 아니다

전력망 확충을 서두르라는 요구가 정당하더라도, 계통 안정성을 담보 없이 개방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근거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 수요가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만으로도 총 732개소, 49GW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고, 무분별한 접속 승인은 대규모 정전 위험을 키운다. 산업용 을 전기요금 체계를 시간대별로 개편해 낮 전력 활용을 유도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시장이 이미 답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가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PPA로 눈을 돌리는 흐름은 정부 계통에 대한 시장의 불신임 투표에 가깝다. 규제가 병목을 풀지 못하면 자본은 스스로 우회로를 만든다. 전력망 계획의 우선순위를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쪽으로 재조정하지 않는 한, 한국은 세계 AI 경쟁에서 기술이 아니라 전기 코드 하나 때문에 뒤처질 수 있다.


분석 근거: 전기신문,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전자신문(etnews), 헤럴드경제, 에너센트 보도 및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 공개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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