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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지정학·디지털화가 부의 주인을 가른다

박세미박세미 기자· 2026. 8. 31. AM 7:47:26· 수정 2026. 8. 31. AM 8:11:48

신환종(20년 넘게 채권·크레딧 시장 연구) 금융 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이 AI·지정학·디지털화에 따라 부를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 신간을 12일 펴냈다.

저자의 신작 『AI·지정학·디지털화가 이끄는 부의 재분배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포레스트북스·2만6800원)는 1960년대 미국의 대인플레이션부터 오일쇼크와 중남미의 하이퍼인플레이션, 1990~2000년대 자산 버블, 2020년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70여 년의 경제사를 훑으며 시대마다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추적한다. 1970년대는 금과 원자재, 1980년대는 채권과 주식, 2000년대는 현금과 채권, 2020년대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주식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달랐지만,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저자는 다가올 5년은 과거와 또 다르다고 진단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시기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AI 투자와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디지털 자산의 확산이 동시에 맞물리는 향후 5년을 복합 인플레이션 시대로 규정한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는 익숙한 공식만으로 이 시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구리에서 희토류까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원자재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인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에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고, 친환경 전환까지 겹치면서 전력망의 핵심 소재인 구리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새로운 광산이 생산에 들어가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충돌이 원유를 넘어 리튬과 니켈,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번지는 가운데 저자는 수요와 지정학적 충격이 겹치면 원자재 가격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폐와 금융시장의 변화도 변수다. 스테이블코인(법화나 자산과 교환 비율을 고정한 암호화폐)과 실물 자산 토큰화가 발전하면서 과거 기관투자자의 영역이던 원자재 시장으로 개인과 글로벌 자금이 더 쉽게 흘러들 수 있게 됐다. 반면 중앙은행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뚜렷해지고, 금리를 올려도 전쟁을 멈추거나 AI의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없고 정부의 안보 관련 재정 지출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런 변화는 더 직접적으로 닿는다. 에너지와 식량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원·달러 환율 변동이 국내 물가로 빠르게 전해진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는 점도 충격의 진폭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책이 내놓는 해법은 특정 자산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역사적 패턴과 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기본·고인플레이션·디스인플레이션 세 가지 국면을 상정하고, 성장 자산과 인컴 자산, 물가 상승과 위기에 대비하는 실물·대체 자산을 함께 담는 인플레이션 적응형 포트폴리오를 소개한다. 미래의 물가를 정확히 맞히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자산을 나누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이 부의 지도를 다시 그릴 때 자신의 자산이 어디에 서 있을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하며 책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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