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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브랜드들은 왜 비슷해질까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5. 30. PM 11:29:28· 수정 2026. 5. 31. AM 1:19:25

AI와 빅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품질과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브랜드들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들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선호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면서 기능적인 차별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모두가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최신 기술 기반의 브랜드 간 획일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한 윤상훈 저자의 신간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는 '완벽함이 오히려 브랜드를 평범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브랜드들이 서로 닮아가는 이유와 그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현대미술의 역사와 비교한다. 사진기의 등장으로 사실적 재현이라는 역할을 잃은 미술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은 '더 정확한 묘사'가 아니라 '더 많은 해석'이었다. 피카소, 뒤샹, 그리고 추상미술가들은 작품에 의도적인 빈 공간을 남겼고, 관객은 그 틈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했다. 윤상훈 저자는 오늘날 브랜드 역시 이와 같은 전환점에 서 있다고 분석한다.

책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갭 디자인(Gap Design)'이다. 이는 브랜드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통제하려 하기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의미를 채워 넣을 여백을 설계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 개념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 자체를 다시 정의한다.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추상적인 이론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생수 브랜드를 에너지 음료처럼 포장해 시장의 상식을 뒤집은 사례, 전통적인 브랜드 로고를 과감하게 비틀어 화제를 만든 사례, 안경 매장을 예술 전시 공간처럼 재해석한 브랜드 등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젠틀몬스터, 무인양품, 리퀴드 데스 같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단순한 제품이 아닌 해석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는 AI가 기능과 효율, 최적화를 빠르게 복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상상력, 감정, 개인적 경험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차별화의 본질은 '의도된 불완전함'에서 나온다.

이 책은 마케팅 실무서와 인문 교양서의 경계를 넘나든다. 현대미술을 통해 브랜드를 설명하고, 브랜드 사례를 통해 현대미술의 문법을 다시 이해하게 한다. 이러한 통찰은 마케터뿐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창작자들에게도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제품력과 기본 경쟁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틈'만 강조한다면 공허한 콘셉트에 그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소비자와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태도로 설명하며 이러한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한다.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는 AI 시대의 브랜딩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인간에 관한 책이다. 사람들은 완벽하게 설명된 답보다 스스로 참여해 완성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문다. 모든 것이 최적화되는 시대에 브랜드의 경쟁력이 역설적으로 '의도된 불완전함'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통찰은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좋은 브랜드는 그 질문이 머무를 수 있는 아름다운 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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