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발의 1위 윤준병 347건이 곧 성과는 아니다

347건은 기록이 아니라 질문이다. 2026년 9월 13일 기준으로 집계된 22대 국회 대표발의 순위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47건으로 정상에 올랐다. 문제는 이 숫자가 무엇을 증명하느냐다. 발의는 입법의 출발선일 뿐 결승선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위 12명 중 9명이 민주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순위 상위권은 민주당이 휩쓸었다. 윤준병(347건), 이수진(230건), 민형배(227건)까지 3위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고 12명 가운데 9명이 같은 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에서 이름을 올린 이는 김선교(5위·169건), 김예지(10위·143건), 김성원(12위·138건) 세 명뿐이다. 상위 3명의 발의량을 합친 804건은 12명 전체 총량 2,191건의 36.7%에 달한다.
이 서열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과반 의석을 쥔 다수당 의원은 상임위 구성과 의제 주도권에서 유리해 주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기회 자체가 많다. 반면 소수당 소속은 여야 협의나 정부 제안과의 조율을 거쳐야 해서 숫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국민의힘 최고 순위인 김선교의 169건도 1위와 178건 차이다.
이틀 남짓에 한 건 꼴의 속도가 못 박는 것
대표발의는 여럿이 공동으로 제출하는 법안 가운데 서명란 가장 앞에 이름을 올린 주발의를 뜻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2024년 6월부터 이번 집계까지는 약 27개월이다. 347건을 이 기간에 나누면 한 달에 13건가량, 이틀 남짓에 한 번 꼴로 법안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러나 속도는 통과를 보증하지 않는다. 역대 국회에서 심사를 마치지 못한 법안 상당수는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됐다. 발의 건수 순위에는 이 폐기분이 걸러지지 않는다. 지난 회기에서 무산된 법안을 되살리거나 하나의 쟁점을 여러 건으로 나눠 내도 집계는 그대로 늘어난다. 양적 1위가 실질 입법 능력과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진실은 종종 무서운 무기가 된다. 진실만으로도 거짓말이 가능하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경고를 입법 통계에 옮겨 붙이면 이렇다. 347건이라는 사실은 정확하다. 다만 그 사실 하나로 입법 성실도 1위를 단정하면 숫자의 진실이 해석의 오류를 덮는 결과를 낳는다. 물론 발의량이 무가치한 것도 아니다.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법안으로 즉시 대응하는 힘은 입법 에너지의 방증이며 이수진과 민형배의 200건대 기록도 같은 리듬을 보여준다.
쌓이는 대기열, 숫자 너머의 파장
발의가 처리 속도를 앞지르면 돌아오는 값은 법안 적체다. 상위 12명의 법안만 합쳐도 2,191건이 상임위 심사 대기열에 올라 있는 셈이라 법제사법위원회 같은 최종 관문의 부담은 커진다. 규제·조세·노동 등 기업 활동에 직결되는 안건이 계류 목록에 쌓이면 산업계 역시 개정 방향을 미리 읽어야 하는 비용을 안는다. 순위표 안에서 끝나는 통계가 아니다.
경쟁의 결도 엿보인다. 이용우(민주당)의 170건과 김선교(국민의힘)의 169건은 단 1건 차이다. 소수당 의원이 다수당 4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여야를 넘는 공동발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평가의 잣대는 통과로 옮겨간다
22대 국회 임기 만료까지는 1년 8개월가량 남았다. 1건 차 4·5위 경쟁처럼 순위 변동의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 축은 발의에서 처리 성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유권자의 질문도 접수 건수가 아니라 통과시킨 법안 수를 향하기 때문이다.
윤준병의 347건이 자산이 될지 부채가 될지는 본회의 표결이 결정한다. 국회의 성적표는 서류 더미가 아니라 법으로 완성된 개수로 매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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