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에 이송 병원 지정권 주는 법 국회 통과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도 받아주지 않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막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일 본회의에서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미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 체계 개편 법안을 처리했다. 중증 응급환자가 수용을 거부당한 채 병원 문을 여러 차례 옮겨 다니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번 입법으로 구급대원과 응급의료 기관 사이의 역할과 책임이 법적으로 정해졌다.
왜 지금이었나
응급실 회오리 현상은 오랜 난제였다. 응급의료 기관이 인력 부족과 진료 보수 문제로 환자 수용을 꺼리면서, 중증환자조차 몇 시간씩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특히 심야와 주말, 지방 지역에서 이런 미수용 사례가 집중되면서 구급대원이 전화로 병원을 수십 곳 넘게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기존 법 체계에서는 병원 측 수용 거부를 강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었다. 당사자인 119구급대도 이송할 병원을 지정할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환자를 실고 병원 앞을 배회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환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 뒤에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입법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
개편안의 중심은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이다. 앞으로 119구급대원은 응급상황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옮길 병원을 미리 지정하고, 지정된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지역 응급의료 계획과 연동돼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소방 당국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기관이 수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정보 연계도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중증도에 따라 1~3권역 응급의료센터와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나눠 배치하는 기존 구조 위에, 이송 단계부터 환자를 분류해 보내는 '선별 이송'이 실현되는 셈이다.
현장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려
환자 단체와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권리를 법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수용 사고가 발생해도 제재 근거가 없었던 과거와 달리, 수용 의무가 명시되면 병원의 방침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다. 반대로 의료계는 근본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응급의료 인력과 중증진료 보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수용 의무만 강화하면 병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이송 병원 지정이 실효성을 갖으려면 지역별 응급의료 자원 실태 조사와 중증도 분류 기준의 정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정을 받은 병원이 실제로 환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데이터가 없다면 지정 제도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과 남은 과제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정부 공포 후 시행까지 시행령과 운영 지침 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용 거부에 대한 제재 수위, 지정 병원 지정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 그리고 재정 보전 방안이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응급의료 수가 체계 개선과 전담 인력 확충 논의도 병행되지 않으면 병원 측 부담이 환자 대기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입법은 응급환자 이송의 책임을 국가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시행 이후 미수용 발생 건수와 이송 소요 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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