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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물량 대신 마진을 택하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13. AM 11:02:31· 수정 2026. 7. 13. AM 11:02:41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숫자 사이에 서 있다. 중국은 세계 선박 수주의 71%를 가져가는데, 한국 조선 3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세 배 넘게 불렸다. 물량에서 지고 있는 산업이 이익에서는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다는 것, 이 어긋남이 지금 K-조선을 읽는 핵심 축이다.

점유율은 밀리고 마진은 오른다

2026년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늘었지만, 그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 몫이었다. 최근 집계로 중국은 1852만CGT(624척)를 수주해 71% 점유율을 기록했고, 한국은 20%대 초반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런데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영업이익 1조4128억원(전년 대비 48.1% 증가), 한화오션은 4971억원(33.7% 증가), 삼성중공업은 4034억원(96.9% 증가)을 기록했다. 3사 합산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300억7000만달러다.

'척당 크기'가 갈라놓은 두 나라

숫자 이면에는 전략 차이가 있다. 6월 기준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척당 평균 규모는 3.8만CGT로 중국의 2.6만CGT를 웃돈다. 한국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 유조선처럼 기술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중국은 저가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으로 물량을 밀어붙인다. 후판 등 기자재가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데, 중국은 자국 철강사와의 대량 구매 협상력으로 단가를 눌러 물량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반대로 한국은 후판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국면을 이익률 방어에 쓰고 있다.

구분한국중국
최근 분기 수주 점유율20%대 초반71%
척당 평균 규모(6월)3.8만CGT2.6만CGT
전략고부가 선별 수주저가 물량 공세

관세 협상이 열어준 미국 조선소 자리

지난 7월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1500억달러 규모 조선협력펀드를 포함한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다.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다. 한화오션은 이미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해 거점을 만들었고, HD현대는 미국 방산기업 HII와 협력을 넓히고 있다. 자유무역 원칙에서 보면 이런 정부 주도 펀드 조성은 시장 왜곡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미국 조선업 자체가 자국 내 건조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라,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을 낮추면서 미국 정부·군수 시장에 진입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언제까지 저가 기조를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누른 중국이 LNG선 등 고부가 시장까지 기술 격차를 좁히면 한국의 선별 수주 전략도 마진 방어선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미국 내 투자는 인건비와 인프라 조건이 한국과 달라 초기 수익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고,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제재 리스크도 상존한다. 3.5년 치 일감을 쌓아둔 지금의 호황이 다음 사이클에도 이어질지는 신규 수주의 질에 달려 있다.

한국 산업 지도에 남는 함의

조선업 실적 개선은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 기자재 협력사, 지역 고용까지 파급된다. 동시에 마스가 펀드는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리스크를 지는 구조여서, 대미 투자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부담이 정책금융 쪽으로 되돌아올 여지가 있다. 물량보다 마진을 택한 K-조선의 실험은 당분간 숫자로 증명되고 있지만, 그 증명이 몇 분기나 더 유지될지는 지켜볼 문제다.


분석 근거: 부산일보, 이투데이, 뉴스핌, 이데일리(ekn.kr), 파이낸셜뉴스, 문화일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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