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원자력을 사고, 한국은 숫자를 두고 싸운다
AI 경쟁의 병목이 칩에서 전력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구글은 10월 초 미국 최대 전력망 PJM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3.6GW를 계약으로 묶었다. 같은 주 한국 국감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이 넉 달 새 3배로 뛴 정부 추계의 산정근거가 표적이 됐다. 한쪽은 전기를 잡는 속도를 다투고, 다른 쪽은 숫자의 출처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 대비가 2026년 기술판의 지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빅테크는 원자력을 계약으로 선점한다
로이터와 CNBC가 10월 6일 보도한 구글-콘스텔레이션에너지 거래는 3.6GW 규모다. 이 중 43억 달러는 원전 출력 증설(890MW)에 투입되고, 발표 직후 콘스텔레이션 주가는 14%까지 뛰었다. 구글은 별도로 2.7GW 천연가스 발전망 구축에 착수했고, 아마존은 20년 단위 원자력 계약을 맺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AI 데이터센터 발 수요로 내년 전력소비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전망한다. PJM은 데이터센터용 전력이 6.8GW 부족하다며 경매 설계를 다시 짠다.
| 주체 | 조치 | 규모 |
|---|---|---|
| 구글 | 콘스텔레이션 전력 계약(원전 890MW 포함) | 3.6GW·43억 달러 |
| 구글 | 천연가스 발전망 구축 | 2.7GW |
| 아마존 | 원자력 장기 구매계약 | 20년 |
| PJM(미국 최대 전력망) | 부족분 해소 경매 재설계 | 6.8GW 부족 |
한국은 숫자부터 흔들린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AI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은 넉 달 새 3배로 불었다. 국감에서 산정근거 논란이 일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과잉 추계된 측면 있다"고 인정했다(이데일리 10월 10일). 일부 근거는 11년 전 수치를 딴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뉴스;트리 9월 30일). 수요는 '과장', 공급 계획은 '마비'라는 평가 속에 12차 전기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EBN 10월 12일). 발전소 투자를 판단하려는 주체에게 4개월 만에 3배로 움직이는 공식 전망은 예측이 아니라 잡음이다.
반론: 잡음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과잉 추계를 바로잡는 것이 낭비를 막는 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머니투데이(10월 13일)는 재생에너지와 ESS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을 실었고, 경향신문 논설(9월 23일)은 데이터센터 계획의 절반이 허수라며 AI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한정하라고 주장했다. 허수 수요로 원전을 지으면 그 비용이 요금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걸러내는 기준은 장관의 해명이 아니라 누구나 다시 계산할 수 있는 공개된 산정방식이어야 한다.
기업은 이미 판을 옮겼다
정부 통계가 흔들리는 동안 한국 기업은 미국 전력 특수에서 성과를 낸다. LS일렉트릭은 블룸에너지에 수배전반·배전변압기 1853억원어치를 추가 공급하며 누적 수주 5억 달러를 넘었다(지디넷코리아 10월 13일).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원전용 케이블 장비 생산을 확대한다(비즈트리뷰 10월 12일). 국내 전력기기 빅3에 쌓인 일감은 43조원에 이른다(매일경제 9월 28일). 전력 붐의 수혜는 정부 계획이 아니라 기업 간 계약으로 만들어진다.
전력은 이제 국가 계획이 아니라 계약의 대상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30년 한국 전체 발전량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AI타임스 8월 28일). 미국은 시장 주체가 위험을 안고 GW 단위 전력을 선점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이 여기서 놓치는 것은 원전 몇 기가 아니라 신뢰다. 수요 추계의 근거를 공개하고 틀리면 고치는 절차를 먼저 갖춘 국가만이, AI 시대의 전기값을 정하는 자리에 이름을 올린다.
분석 근거: 로이터, CNBC, 연합뉴스, 조선비즈, 전기신문, 한겨레, 이데일리, EBN, 지디넷코리아, 매일경제, AI타임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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