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뽑을 때 후보 2배 제청 의무화 법안 발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정원의 2배수 이상 반드시 제청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범여권 주도로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29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체계에서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제청 인원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후보자를 단수로 추리해 내보낼 수도 있고, 여럿을 제청할 수도 있다. 이번 법안은 이를 법률로 고정하겠다는 취지다. 대법관 1명을 뽑을 때 최소 2명 이상의 후보를 제청해 대통령과 국회가 선택권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사법부 인사 권한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
이 법안의 배경에는 대법원 인사에 대한 정치적 견제 필요성이 깔려 있다. 단수 제청 관행이 이어지면 대법원장 한 사람의 인사권이 사실상 절대화된다는 비판이 그동안 법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후보군이 두 명 이상 확보되면 인사 청문 과정에서 비교 검증이 가능해지고, 특정 인사에 대한 검증 공백도 좁아진다. 범여권은 이런 점을 제도화할 근거로 삼고 있다.
나아가 대법관 구성 자체를 다원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현재 대법관 전원이 재판부 내부에서 임용되는 경력을 공유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양한 경력의 후보가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법원 조직 내부의 동질성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사의 다변화와 견제를 동시에 노린 설계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야권 “헌법이 정한 임명 권한 침해” 반발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소리를 내고 있다. 헌법이 대법관 임명 권한을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 배분했는데, 제청 인원을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그 권한 구조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단수 제청이 헌정 관행으로 정착해 온 만큼 이를 바꾸는 일은 법률 개정이 아니라 헌법 수정에 가깝다는 논리다.
여야 대립의 결이 특히 날카로운 이유는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 상황이다. 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과 조작기소 특검법 재추진 등 사법부 견제 움직임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법안은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반면 야권은 사법부 인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청 절차의 투명성이라는 취지 자체는 논의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개정 논의가 정치 공방에 묻혀 본질적 검토 없이 통과될 경우 사법부와 국회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법 절차와 향후 전망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범여권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처리에 나설 경우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표결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야권이 위헌 논거를 들어 수용 거부 태세이기 때문에, 처리 이후에도 헌법소원이나 법률 쟁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안 통과가 곧 제도 정착을 의미하지는 않는 셈이다.
사법 인사 제도가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만큼 인사 규칙의 변경은 사법부 신뢰에 직결된다. 여야가 후보자 다양성 확대라는 공통 지점에서 타협할 경우 법안은 조정안 형태로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대립 구도가 이어지면 국회에서 상당 기간 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관건은 의석 계산이 아니라 대법관 제청 절차를 어디까지 법률로 묶을 수 있는지에 대한 헌법적 합의다. 그 합의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 법안은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사법부와 입법부의 긴장을 반영하는 지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