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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 반도체 빗장 풀었다… 웃는 건 한국 아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6. PM 3:02:07· 수정 2026. 8. 6. PM 4:24:29

2025년 4월, 미국은 엔비디아 H20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틀어막았다. 그런데 2026년 1월, 미국 상무부는 후속 모델 H200 수출 규칙을 손질해 중국 기업에 다시 문을 열었다. 반년 새 봉쇄와 개방을 오간 워싱턴의 셈법 사이에서, 화웨이는 이미 자체 AI칩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해 있었다. 그리고 그 통제망의 다음 표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다름 아닌 한국의 HBM이다.

반년 만에 뒤집힌 워싱턴의 셈법

2025년 4월 미국은 엔비디아 H20을 사실상 중국에 수출 금지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중국 당국이 자국 빅테크에 엔비디아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흐름이 바뀐 건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2월 8일 H200과 유사 제품의 대중 수출 허용을 발표하면서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6년 1월 15일 최종 규칙을 공개해, H200과 AMD MI325X를 승인 고객에 한해 건별 심사로 수출하도록 했다. 다만 조건은 까다롭다. 미국 내 수요 충족이 우선이고 수출 물량은 미국 고객 판매량의 50% 미만으로 제한되며, 25% 관세와 제3자 검증, KYC 절차가 붙는다.

화웨이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미국의 봉쇄가 이어지는 동안 화웨이는 멈추지 않았다. SMIC의 지원을 받아 2026년 어센드 910C를 약 60만 개 생산할 계획이고, 최신 추론용 칩 어센드 950PR도 75만 개 규모로 준비 중이다. 950PR은 1.56페타플롭 연산 성능에 FP4 기준 H20 대비 2.8배 성능을 낸다고 알려졌다. 봉쇄가 대체재 개발을 늦추기는커녕, 내수 시장을 화웨이에 몰아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MIC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격차는 좁혀지는 중이다

화웨이 생산 확대에는 분명한 천장이 있다. SMIC의 공정은 7나노미터에 묶여 있고, HBM은 여전히 재고에 의존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 틈을 메우려 장비 국산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2026년 중국의 식각·증착·계측 장비 수요는 약 13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현재 25% 수준인 국산화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장비를 별도 통제 범주로 옮겨 대중 수출 허가를 원칙적 불허로 바꿨고, 지난 2월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대중 재수출 위반으로 2억5200만 달러 벌금을 물기도 했다.

시점조치
2025.4엔비디아 H20 대중 수출 사실상 금지
2025.9중국,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구매 중단 지시(보도)
2025.12.8트럼프, H200 등 대중 수출 허용 발표
2026.1.15상무부 최종 규칙: 건별 심사, 50% 물량 상한, 25% 관세
2026(계획)화웨이 어센드 910C 60만 개·950PR 75만 개 생산 목표

한국은 이미 통제의 지렛대가 됐다

미국이 검토해온 추가 통제안에는 HBM2 이상 첨단 AI 메모리와 그 제조 장비가 포함돼 있고, 이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두 회사는 2026년 HBM4 전환과 AI 슈퍼사이클을 앞세워 역대 최대 규모 설비투자에 나섰지만, 정작 최대 격전지인 중국향 물량은 미국 정책 변화에 좌우되는 구조다. H200이 열렸다 닫혔다 하듯, HBM 수출 규정도 미국의 대중 협상 카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완전한 개방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무장해제가 아니다. 50% 물량 상한과 제3자 검증, 자국 수요 우선 원칙을 걸어둔 만큼 첨단 컴퓨팅 능력의 실질적 우위는 지키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재수출과 중국·마카오 내 이전은 여전히 원칙적 불허 대상이라, 화웨이가 미국산 최신 칩을 자유롭게 확보하는 구조는 아니다. 통제와 개방을 오가는 정책 자체가 중국의 자립 속도를 조절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 롤러코스터의 관객이 아니라 부품이다. HBM이 통제 대상 목록에 오르내리는 한, 대중 매출 전망과 설비투자 계획은 워싱턴의 다음 발표문 한 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술 주권을 말하려면 생산능력만이 아니라 이 변동성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답해야 할 때다.


분석 근거: IEEE ComSoc Technology Blog, Tom's Hardware, Data Center Dynamics, Covington & Burling, tech-insider.org, AI타임스, SK하이닉스 뉴스룸, Lexology. 공개 보도와 정책 문서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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