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반도체 규제와 희토류 무기화, 한국은 샌드위치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27. PM 3:02:21· 수정 2026. 7. 27. PM 3:02:30

워싱턴은 첨단 반도체로 베이징을 조인다. 베이징은 희토류로 워싱턴과 그 동맹을 조인다. 두 초강대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반도체와 배터리로 먹고사는 한국은 어느 쪽 손도 놓을 수 없는 자리에 서 있다.

미국의 칩, 중국의 광물 — 대칭 보복의 구도

미국은 올해 초 엔비디아 H200, AMD MI325X 등 첨단 AI 칩의 대중 수출을 총연산능력 기준으로 재차 조이며 사실상 건별 심사 체제로 전환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통제 대상을 기존 7종에서 12종으로 늘렸고, 중국산 희토류를 상품가치의 0.1% 이상 포함하거나 중국의 제련·분리 기술을 사용한 제품까지 통제 대상에 넣었다. SCMP는 두 조치가 서로를 겨눈 대칭적 보복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기술 우위를, 중국이 자원 우위를 무기로 쓰는 구도가 굳어진 셈이다.

숫자로 보는 중국의 지렛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정제·가공의 80% 이상을 쥐고 있다. 국내 세관 통계 기준 6월 희토류 수출량은 전월 대비 34% 급감했고, 일본 향 갈륨·디스프로슘·터븀·이트륨 등 4대 전략소재 수출은 사실상 '0'으로 집계됐다. 겨냥한 대상이 일본이라 해도, 같은 통제 체계 아래 있는 한국 기업이 다음 표적에서 자유롭다는 보장은 없다.

항목수치
중국의 세계 희토류 생산 점유율약 70%
중국의 희토류 정제·가공 점유율80%대
한국의 핵심광물 해외 수입 의존도95% 이상
네오디뮴 영구자석 대중국 수입 비중88.0%
한국 희토류 화합물·금속 대중국 의존(금액)화합물 61%, 금속 80%

한국이 처한 자리 — 기술은 있는데 원료가 없다

관세무역개발원은 한국을 '샌드위치 리스크'로 규정했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전기차에서 기술 경쟁력은 상위권이지만, 그 생산을 떠받치는 핵심광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그 수입의 절대다수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반도체, 첨단모빌리티, 수소 산업이 공통으로 이 리스크에 걸려 있다. 미국의 규제 명단에 오르지 않아도, 중국의 원료 공급이 흔들리면 생산라인이 그대로 멈출 수 있는 구조다.

정부 대응은 시작됐지만 속도가 관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은 출범 후 첫 정책으로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희토류 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을 전년 대비 285억원 늘린 675억원으로 확대했으며, 융자 지원 비율도 50%에서 70%로 올렸다. 대체·저감·재자원화 R&D 로드맵과 국내 생산시설 투자 보조도 포함됐다. 방향은 맞지만 광산 개발과 제련 기술 확보는 짧아도 수년 단위 사업이라, 이번 겨울처럼 통제가 갑자기 조여올 때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시장에 새겨진 신호

중국의 통제 강화 국면에서 관련 희토류·대체소재 개념주가 최대 350% 급등했다는 보도는 시장이 이미 공급 충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국내 반도체·배터리 대기업의 주가는 원료 조달 불확실성만큼 할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자유무역과 개방된 공급망이 정상 작동할 때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가장 큰 무기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자원 무기화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국가 간 힘의 논리가 공급망을 좌우하는 예외적 국면이다. 정부 융자와 R&D만으로는 부족하고, 호주·베트남·캐나다 등 대안 공급처와의 민간 계약 다변화가 병행돼야 리스크의 절반이라도 줄어든다.


분석 근거: South China Morning Post, 관세무역개발원(KCTDI), 뉴스핌(NVP), BigGo Finance.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