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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장비 이중 족쇄 낀 한국 반도체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30. PM 3:02:23· 수정 2026. 8. 30. PM 3:02:54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위아래에서 동시에 조여드는 두 개의 수출통제 사이에 서 있다. 위에서는 미국이 첨단 장비의 중국 반입 승인을 매년 다시 심사하겠다고 하고, 아래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사실상 승인제로 묶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중국산 장비를 시험해온 사실이 알려진 배경도 여기 있다. 자유무역의 이상과 공급망 안보라는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다.

중국이 쥔 밸브, 희토류 승인제의 실체

중국은 2025년 4월 중희토류와 영구자석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10월에는 범위를 넓혔다. 외국산 완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극소량이라도 포함되면 수출 승인이 필요하고, 14나노 이하 로직칩과 256단 이상 메모리 생산용 희토류는 건별 심사 대상이 됐다. 같은 달 말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 유예가 합의됐지만, 이는 철회가 아니라 유예일 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이트륨 수입은 2024년 8개월간 333톤에서 2025년 4~12월 17톤으로 95% 줄었고, 2026년 2월에도 1월 대비 70% 감소한 20톤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으로의 자석 수출은 전년 대비 약 60% 늘어, 중국이 승인권을 대상국별로 차별 행사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위에서 조이는 미국, 장비도 매년 재심사

워싱턴은 2025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하고, 2026년부터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 반입을 매년 새로 승인받는 체제로 바꿨다. 두 회사는 기존 승인 시한인 지난해 12월 31일 만료 직전에야 2026년치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이 승인이 상시적 안정성을 회복시켜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방 장비의 부품·소프트웨어 지원이 정치적 판단 하나로 언제든 끊길 수 있는 구조가 매년 반복된다.

낀 기업의 선택, 중국산 장비를 시험대에 올리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 2년째 중국 장비업체 AMEC의 반도체 생산 설비를 자사 중국 공장에서 시험해왔다. 미국·네덜란드산 장비에 대한 서비스와 부품 공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한 헤지 전략이다. 자유시장 논리로 보면 이례적인 장면이다. 세계 최상위권 메모리 기업이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려고 기술적으로 뒤처진 대안 설비를 미리 검증해두는 모습은, 시장이 아니라 규제가 조달 결정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숫자로 보는 한국의 노출도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핵심 원자재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정부와 산업계 통계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품목중국 의존도
반도체용 실리콘75.4%
반도체용 게르마늄74.3%
전기차 영구자석용 희토류약 90%
이차전지용 리튬 비축분30일치(작년 8월 기준)

일본의 사례는 대체 공급망이 없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미리 보여준다. 2026년 6월 한 달간 중국의 대일본 갈륨·디스프로슘·터븀·이트륨 수출은 사실상 0건이었다.

시장이 원료를 배급받는 시대의 함의

한국 정부는 작년 10월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방향은 전략비축 확대와 공급선 다변화, 재자원화 산업 육성으로 잡혀 있다. 문제는 속도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핵심 축인데, 원료는 중국의 승인에, 장비는 미국의 재심사에 묶인 이중 의존 구조는 시장 개방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국가 비축을 정당화할 만한 예외적 사례에 가깝다. 다만 정부 개입이 비축을 넘어 특정 기업 몰아주기나 보조금 경쟁으로 번지면 오히려 시장 왜곡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분석 근거: CSIS, China Briefing, Yahoo Finance, The Diplomat, 서울신문, 이포크타임스, 천지일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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