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관세 상한, 벌써 금이 가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은 15%라는 숫자로 요약됐다.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상호관세도 15%에 묶었다는 소식에 정부는 '방어 성공'이라 자평했다. 그런데 협상 타결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15%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에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면서, 15% 상한 안에서 한국이 쓸 수 있는 여유는 2.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2000억+1500억 달러, 값은 이미 치렀다
한국이 15%를 얻어낸 대가는 작지 않다. 정부와 미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했고,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몫이다. 연간 집행 상한은 200억 달러로 정해졌고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AI·양자컴퓨팅이 투자 대상으로 명시됐다.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 자금이 동원되는 구조지만, 결국 15%라는 숫자를 지키기 위해 민간이 짊어진 부담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301조라는 두 번째 전선
문제는 미국이 15% 상한을 하나의 관세로만 채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제노동 관세 12.5%가 이미 한국에 적용됐고, 여기에 '과잉생산' 명목의 301조 관세가 추가되면 15%를 넘어설 위험이 생긴다. 자동차·철강·배터리는 이번 강제노동 관세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과잉생산 관세가 현실화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철강·알루미늄·구리는 232조 관세를 면제받았고 반도체는 대만과의 향후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했다는 점이 그나마 안전판이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 항목 | 내용 |
|---|---|
| 자동차·부품 관세 | 15% |
| 상호관세 | 15% |
| 철강·알루미늄·구리(232조) | 면제 |
| 강제노동 관세(301조) | 12.5% |
| 15% 상한 내 잔여 여력 | 2.5%포인트 |
| 대미 투자 총액 | 3500억 달러(현금 2000억+조선 1500억) |
| 연간 투자 집행 상한 | 200억 달러 |
기업이 두려워하는 건 세율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한미 통상 분석에서 나온 지적처럼, 기업은 관세 자체보다 관세 수준과 시행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 부담스러워한다. 15%라는 숫자에 합의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게 아니라, 미국이 언제든 새 근거로 관세 항목을 하나씩 추가할 수 있다는 구조가 문제다. 협상 타결을 성과로 내세우기엔, 상한선 안에서 실제 부담이 계속 재조정되는 지금 국면은 절반의 승리에 가깝다. 반론도 있다. 15%·자동차 관세 인하·철강 232조 면제는 일본·EU와 같은 수준을 확보한 결과이고, 협상이 없었다면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이 다음에 할 일
정부가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구호보다 필요한 건, 301조·232조·강제노동 관세처럼 서로 다른 법적 근거로 쌓이는 관세를 하나의 틀로 관리할 협상 채널이다. 3500억 달러 투자는 이미 약속했고 철회할 수 없는 카드다. 남은 변수는 미국이 이 카드를 다 쓴 뒤에도 또 다른 명목을 추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15%는 협상의 끝이 아니라 다음 관세 근거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확인해야 하는 잠정치로 봐야 한다.
분석 근거: 파이낸셜뉴스, 아시아투데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문화일보, 전국경제인연합회(FKI) 웹진, 이투데이. 공개 보도와 정부 발표 자료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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