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슈퍼사이클 뒤, 중국 CXMT의 그림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슈퍼사이클로 함박웃음을 짓는 지금, 상하이 증시에서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넉 달 만에 시가총액 인텔을 앞지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반도체 호황이 한쪽에서는 초격차의 증거로, 다른 쪽에서는 추격의 발판으로 동시에 읽히고 있다.
상하이의 폭죽, 창신메모리 상장이 보여준 숫자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 7월 27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며 579억 위안(약 12조 5000억 원)을 조달했다. 이는 2026년 아시아 증시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기록됐다. 공모가 8.66위안 대비 첫날 주가가 466% 폭등하면서 장중 시가총액이 3조 7000억 위안(약 802조 원)까지 치솟았고, 이 과정에서 인텔의 시가총액을 잠시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본시장이 중국의 메모리 굴기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범용 D램부터 흔든다, 8%가 던지는 의미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3%에서 최근 8% 안팎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노무라증권은 CXMT의 메모리 출하량이 2030년까지 연 40~45%씩 늘어나며 2028년 말 점유율이 1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 높은 HBM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사이 CXMT가 PC·스마트폰용 범용 D램의 빈틈을 파고든 결과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범용 D램·낸드 계약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50% 이상 급등했는데, 이는 공급 재편 압력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 항목 | 수치 |
|---|---|
| CXMT 글로벌 D램 점유율(현재/1년 전) | 약 8% / 약 3% |
| CXMT IPO 조달액 | 579억 위안(약 12조 5000억 원) |
| CXMT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 | 466% |
| 2026년 HBM4 점유율(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 54~55% / 28~29% / 17~18% |
HBM 격차는 아직, 그러나 시계는 빠르게 돈다
CXMT는 2026년 말까지 HBM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첫 제품은 HBM3 또는 HBM3E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했고 SK하이닉스도 HBM4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두 회사가 나란히 한 세대 이상 앞서 있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HBM 웨이퍼 투입량이 2027년 월 5만 5000장, 2028년 월 10만 장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5년으로 알려진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국가가 밀어붙이는 산업, 시장이 이긴 적은 드물다
CXMT의 급성장은 기술 혁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를 국가 전략으로 못박고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왔고, 이번 상장 역시 국가 주도 자본시장 동원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으로 밀어붙인 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췄던 사례는 많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 교란과 공급 과잉을 일으켜 민간 기업의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격차 기술로 대응하는 전략은 옳은 방향이지만, 정부 보조금 경쟁에 끌려가지 않고 민간의 연구개발과 자본배분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반론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챙겨야 하나
한국 메모리 산업의 우위는 HBM이라는 좁은 문에 몰려 있다. UBS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2026년 세계 공급량의 10%에 육박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범용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협상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CXMT의 속도를 늦추는 변수로 남아 있지만, 통제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관건은 기업 스스로가 HBM4·차세대 패키징에서 얼마나 빨리 다음 세대로 넘어가느냐이며, 정부의 역할은 규제를 줄이고 세제·전력 인프라 같은 기본 조건을 정비하는 데 그쳐야 한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 파이낸셜뉴스, MBC뉴스, Tom's Hardware, CNBC, SemiAnalysis, SK하이닉스 뉴스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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