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경제

도크는 3년치 찼는데, 용접공이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8/29/2026, 5:02:11 PM· Updated 8/29/2026, 5:02:20 PM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수주 장부는 13년 만의 호황을 찍고 있는데, 그 배를 실제로 깎고 용접할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병목은 시장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있다.

수주잔량 200조 원, 그런데 2029년 슬롯도 다 찼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조선 빅3의 수주잔액은 2026년 2분기 기준 200조 원을 넘어섰고,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2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내 조선소의 2029년 인도 슬롯은 이미 대부분 소진돼, 지금 발주해도 배를 받으려면 203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생산능력이 이를 못 따라가는, 전형적인 공급 제약 국면이다.

국민 생산직은 9년 만에 반토막 났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집계로 회원사의 국민 생산직 근로자는 2023년 8만7601명에서 2025년 7만2021명으로 줄었다. 2015년 약 8만 명이던 조선업 종사자는 2021년 3만8000명까지 급감했다가 최근 회복돼도 5만 명대 초반에 머무는 수준이다. 호황이 인력을 다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분2021년2026년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 비중약 5%약 25%
국민 생산직(협회 회원사)-2025년 7만2021명(2023년 8만7601명)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웠다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1년 5%에서 2026년 25% 수준까지 뛰었다. 울산 동구 전하동·방어동 같은 조선소 밀집 지역은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국적 노동자가 사실상 생산라인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시장이 임금과 처우로 사람을 못 구하자, 비자 문턱을 낮춰 외국인으로 구멍을 메운 셈이다.

정부는 이제야 E-9에서 E-7로 문을 넓히는 중이다

정부는 단순노무 비자(E-9) 중심이던 조선업 인력 수급을 숙련 인력 비자(E-7)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상반기 생산인력 1만 명을 추가 투입하는 대책도 내놨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문제다. 수주잔량이 3년치를 넘어선 뒤에야 비자 체계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건, 산업 수요가 신호를 보낸 지 한참 뒤에 규제가 따라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값싼 인력 확대가 만능은 아니다

외국인력 확대에는 반론도 분명하다. 급격한 비중 증가는 숙련도 편차와 현장 안전 관리 부담을 키우고, 내국인 임금·근로조건 개선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스마트 조선소 투자로 자동화 비중을 늘리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기서 나온다.

시장은 이미 답을 냈다

조선업은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실제 발주라는 시장 신호로 호황을 맞았다. 그런데 그 호황을 현금화할 노동력 공급은 여전히 행정 절차와 비자 쿼터에 묶여 있다. 도크를 늘리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만 비자 규제를 정비하는 데는 그보다 짧은 시간이면 된다. 병목이 자본이 아니라 제도인 산업에서, 정책 대응 속도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글로벌이코노믹, 뉴스핌, 정책브리핑(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