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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키는 전기, 한전 청구서는 누가 갚나

류근웅류근웅 기자· 8/27/2026, 11:02:58 AM· Updated 8/27/2026, 11:03:06 AM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금 한국 경제의 훈장이자 청구서다. 삼성전자와 SK, GS 같은 대기업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하는 동안, 그 전기를 대는 한국전력은 이미 감당하기 버거운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 성장의 신호와 재정 위기의 신호가 같은 계량기에서 동시에 깜빡이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기, 숫자로 보면

한국IDC 전망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3년 만에 1.4배, 연평균 11%씩 늘어난다. 정부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26.5TWh로 잡아 11차 계획(2038년 15.5TWh) 대비 1.7배 상향했다. 업계에서는 1GW급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매년 6~7TWh의 전력을 추가로 요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원전 1기 설비용량이 1GW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 하나가 원전 하나 몫의 기저전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청와대의 조바심, 대통령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저 전력 확보 문제에서 너무 교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훨씬 더 큰 규모로 공급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 원칙을 지키면서도 원전과 액화천연가스 발전 등 기저전력을 늘려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밀리면 반도체·AI 산업 전체가 병목에 걸린다는 위기감이 정부 안에서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이미 빚더미 위에 있다

문제는 그 전기를 파는 한전의 재무 상태다. 2025년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86.8%에서 2024년 말 496.7%로 뛰었다. 2025년 영업이익이 13조5,248억원으로 전년보다 61.7% 늘었지만, 연간 이자비용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항목수치
2025년 연결 총부채205조7,000억원
부채비율(2024년 말)496.7%
2025년 영업이익13조5,248억원
연간 이자비용4조3,000억원
2021~2023년 누적적자47조8,000억원

2028년 사채 절벽, 청구서의 정체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는 2024년 말 90조5,000억원에서 2028년부터 36조2,000억원으로 줄어든다. 54조3,000억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매년 20조원 규모의 만기 도래 채권을 재발행으로 돌려막아 온 구조에서, 이 한도 축소는 자금 조달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연료가격이 치솟았을 때 정치적 판단으로 요금 인상을 미룬 결과가, 지금 데이터센터 러시와 겹쳐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시장가격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2026년 4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계시별로 개편해 낮 시간대는 낮추고 저녁 최대부하 시간대는 올렸고,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도 연내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방향은 옳다. 원가 이하로 눌러온 요금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 지난 3년의 학습효과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 원가를 데이터센터가 내도록 가격 신호를 정확히 세우는 것이 보조금이나 특혜성 유치전보다 지속 가능하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전용 요금제가 지나치게 높게 설계되면 해외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 균형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다음 국면의 실질적 쟁점이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은 멈추지 않는다. 관건은 그 전기값을 누가, 언제, 어떤 가격으로 치르느냐다. 원가를 가리는 요금 정치를 반복하면 청구서는 다시 국채와 다음 세대 요금 인상으로 넘어간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전기신문, 리드경제, 한국IDC,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KESIS), 한국기업평가(KIS) 신용평가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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