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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4만원 기초연금, 국적 취득 한 달이면 문이 열린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9/7/2026, 7:03:51 PM· Updated 9/7/2026, 7:03:59 PM

기초연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돌아가는 제도인데, 그 문턱이 국적 취득 한 달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지적이 2년째 이어지고도 국회에서는 법안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외국인의 기초연금 꼼수 수령을 막기 위해 국내 최소 거주기간을 설정하라"고 지시하면서 2년간 표류했던 입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연합뉴스 9월 7일자).

거주 요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행 기초연금법에는 해외에 60일 이상 체류하면 지급을 정지하는 조항만 있을 뿐, 입국 뒤 국내 거주기간 제한은 없다. 평생 외국에서 살다가 국적을 취득하고 소득 요건만 채우면 2026년 기준 최고 월 34만9천706원을 받는다. 세금 기반 연금에 거주 요건을 두는 나라와 비교하면 격차가 분명하다.

국가최소 거주요건
호주10년
캐나다10년
노르웨이5년
스웨덴3년
한국없음 (60일 해외체류 정지 조항만 존재)

지급액 10년 새 9.3배, 허점은 그대로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4년 1천47명에서 2023년 5천699명으로 5.4배 늘었다. 이들에게 나간 연금은 같은 기간 22억8천만 원에서 212억 원으로 9.3배 증가했다. 전체 기초연금 예산이 2014년 6조8천억 원에서 2024년 24조4천억 원으로 불어난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구분2014년2023년증가 배수
복수국적 수급자1,047명5,699명5.4배
지급액22.8억 원212억 원9.3배

구조적 문제는 금액보다 깊다. 해외 부동산·연금 소득은 국내 당국이 파악하기 어렵다. 2023년 복수국적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인정액은 월 34만4천 원으로 단일국적자(58만7천 원)의 58.7%에 그쳤고, 외국에서 매달 개인연금을 받으면서 국내 소득인정액이 0원으로 산정된 사례도 확인됐다. 국내 노인보다 해외 자산가가 더 유리한 역전 현상이다.

법안은 발의됐고, 상임위에서 잠들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9월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만 19세 이후 국내 5년 이상 거주 요건과 해외 소득·재산 신고 의무화안을 이미 내놨다. 국회에서도 2025년 1월 안상훈 의원 등 12명(10년안), 같은 해 3월 한지아 의원 등 10명(5년안)이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뒤 심사조차 본격화되지 못했다. 부처안과 국회안이 나란히 존재하는데도 2년간 통과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대통령 지시가 9월 정기국회에서 속도를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삭감보다 설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복지 단체와 일부 연구자는 거주 요건 강화가 보편적 복지의 후퇴이며 노인 빈곤을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규모 면에서도 복수국적자 지급액 212억 원은 24조 원대 기초연금 예산의 0.1% 수준이라는 반박이 있다. 문현경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차별 논란을 줄이려면 초기에는 5년 등 짧은 거주기간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다듬는 방안을 제시했다. 요건 강화 자체가 아니라 강도 조절이 쟁점이라는 얘기다.

212억 원은 예산 규모로는 작지만, 숫자가 가리키는 문제는 크다.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이라는 신뢰가 깨지면 복지 제도 전체의 이행 기반이 흔들린다. 대통령의 한 번의 지시로 움직이는 입법이 아니라, 계류 중인 법안에 부처안의 숫자를 얹어 정기국회 안에 결론내는 것이 법치주의가 가는 길이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2026.9.7), 문화일보, 매일경제, 보건복지부 연금개혁 추진계획(2024.9).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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