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8%, 한국 33.67%…도금강판 하나로 번진 철강 관세 전쟁
두께 1㎜짜리 아연도금 강판 하나가 세계 철강 무역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한국은 중국산 판에 관세를 걸었고, 일본은 한국산 판에 관세를 걸었다. 같은 강판을 두고 서로가 서로를 '덤핑'이라 부르는 국면이 됐다.
일본이 38%의 방아쇠를 당겼다
일본은 7월 말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한국산에 최대 38%의 잠정관세를 부과했고 포스코에는 29.2%가 적용됐다(경북매일 8월 10일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월 26일자 트레이드 브리프에서 "조사 대상이 열연·냉연 등 범용 기초강재로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반덤핑 조치를 제한적으로 써 오던 일본이 2025년 이후 신규 조사를 늘리고, 올해 4월부터는 우회방지제도까지 돌렸다.
한국도 걸고, 한국도 당한다
한국은 6월 중국산 도금강판에 최대 33.67%의 잠정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중국산 H형강은 최대 32.72% 관세가 5년 연장됐고, 이달에는 중국산 봉강에 최대 27.96%의 잠정관세가 예비판정됐다(철강금속신문). 반대편에서는 튀르키예가 한국·중국산 냉연·도금·컬러강판 관세를 확정하며 포스코에 10.48%를 물렸다(페로타임즈 6월 18일자). 한국 철강은 규제하는 쪽과 규제받는 쪽 어디에도 서 있다.
| 시행국 | 대상 | 조치(최고율) | 시점 |
|---|---|---|---|
| 한국 |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 | 잠정 최대 33.67% | 2026년 6월 |
| 일본 |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 | 잠정 최대 38% (포스코 29.2%) | 2026년 7월 |
| 튀르키예 | 한국·중국산 냉연·도금·컬러강판 | 확정, 포스코 10.48% | 2026년 6월 |
관세는 5년짜리가 아니라 20년짜리다
관세법상 덤핑방지관세는 5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만료된다. 다만 종료재심 연장 횟수엔 상한이 없어, 스테인리스 봉강은 20년 가까이 관세가 이어지고 있다(스틸데일리 9월 21일자). 중국산 도금강판의 최종판정은 내년 1월로 늦춰졌지만 잠정관세는 그대로 걸려 있다(철강금속신문 9월 17일자). 한 번 닫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33.67%의 구멍으로 새는 중국산
관세율이 높다고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중국산은 반덤핑 대상에서 빠진 유사 품목 HGI와 0.8㎜ 박물재로 갈아타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철강금속신문 9월 8일자). 우회 덤핑 우려에도 무역위원회에 공식 우회조사가 요청된 건수는 0건이었다(같은 신문 9월 9일자). 관세를 세우는 것과 지키는 것은 별개의 행정이다.
보호의 청구서는 누가 내나
반론도 분명하다. 국내 반덤핑 조사를 두고 '산업 보호'와 '공익'이 팽팽하게 맞섰다는 지적이 나왔고(스틸데일리), 저가 수입재를 원료로 쓰는 하류 가공·가전업체엔 관세가 그대로 원가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미국·EU에 이어 일본까지 문을 잠그면 한국 철강의 판로는 관세 블록 바깥으로 밀려나고, 남은 선택은 내수와 고부가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일이다. 도금강판에 붙은 관세율보다 그 관세가 몰고 올 구조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다.
분석 근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트레이드 브리프(2026.8.26.), 철강금속신문, 스틸데일리, 뉴스1, 연합뉴스, 페로타임즈, 경북매일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