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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호황의 청구서는 도화지부터 오른다…12인치 웨이퍼값 40% 급등

류근웅류근웅 기자· 9/28/2026, 9:11:55 AM· Updated 9/28/2026, 9:12:21 AM

AI 반도체 호황의 주인공은 늘 같다. 엔비디아의 GPU,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TSMC의 첨단 공정. 그런데 이번 달 시장을 흔든 건 칩이 아니라 칩을 그리는 도화지, 실리콘 웨이퍼다. 12인치 웨이퍼값이 내년 장기계약에서 40% 넘게 뛸 전망이고 TSMC는 파운드리 가격을 올린다. 호황의 청구서가 밑바닥부터 다시 쓰인다.

도화지 값이 먼저 움직인다

트렌드포스가 9월 2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장기계약(LTA)에서 연마(폴리시드) 웨이퍼 가격이 40% 이상 오르고 에피택셜 웨이퍼는 15~25% 오른다.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12인치 평균 판매단가는 2년 만에 1.8배다.

연도12인치 ASP비고
2026년92달러약 12만5000원
2027년122달러약 16만5700원
2028년166달러2026년 대비 1.8배

배경은 AI 가속기와 첨단 패키징(CoWoS)이 웨이퍼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2027년 CoWoS 생산능력은 전년보다 70.9% 늘어난다는 게 트렌드포스 전망이다. 공급은 닫혀 있다. 일본 섬코 타츠타 지로 사장은 지난 8월 "5~10% 인상으로는 감가상각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신규 공장 대신 가격 인상을 택했다. 팬데믹기 장기계약이 내년쯤 만료돼 불균형은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TSMC의 계산기, 소비자의 계산기

TSMC는 2027년 1월부터 웨이퍼 출하 가격을 공정별로 3~6% 올린다(전자신문 9월 25일자). 8인치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겼고 첨단 공정의 인상폭이 더 크다. 순수 파운드리 점유율 70%대 중반의 자리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기회주의가 아니라 계산이다. 시장 추정 1.4나노 웨이퍼는 장당 3만5000달러(약 4800만 원)다.

이 원가는 밖으로 흘러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6000억 달러로 기존 전망보다 60% 끌어올렸다. 메모리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55%로 커졌고, 범용 D램 가격은 1년 새 4.4배, 낸드는 9배 올랐다. 이 시장에서 올해 4분기 PC 가격은 5~20% 오른다.

한국의 안전판은 12인치 한 장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원가의 7~10%를 차지하는데 국내 12인치 웨이퍼 제조사는 SK실트론 한 곳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분기마다 수백만 장을 쓰는 물량의 단가가 20%만 올라도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원가가 가능하다. D램 가격이 내년 하반기 하락으로 돌아서면 이 계산도 뒤집힌다.

시장의 답은 두 가지다. 빅테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맺는 3~5년 장기공급계약처럼 계약 당사자가 스스로 변동성을 관리하거나, 가격이 불러들이는 증설을 기다리는 것. 단가를 행정으로 누르면 부족만 키운다. 웨이퍼·소재 공급망이 얇은 동안 가격 결정권은 대만과 일본에 남는다.

반론도 있다, "다들 재고 가득이다"

에이서 천쥔성 회장은 9월 19일 포럼에서 "어떻게 계속 부족할 수 있겠느냐"고 메모리 부족론을 부인하며 "모두 재고를 가득 들고 있다"고 했다. 중국 CXMT가 5세대 D램 양산으로 웨이퍼당 칩 생산량을 최소 50% 늘린 점도 근거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D램 부족이 2027년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재고가 진짜라면 내년 중반 가격은 꺾이고, 아니라면 지금은 초입이다.

그래서 우리 삶은

AI 수요 폭증이 메모리·파운드리·웨이퍼 모든 층위에서 가격을 다시 쓰고, 그 차액은 PC·스마트폰·데이터센터 사용료가 되어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한국이 챙길 몫은 HBM 판매가격이 아니라 그 아래의 웨이퍼·소재·장비 공급 지배력이다. 판매가격은 사이클이 바꾸지만 공급 지배력은 사이클이 바꾸지 못한다. 12인치 한 장짜리 안전판을 몇 장으로 늘리느냐가 다음 사이클의 성적표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9월 27일자·9월 22일자), 전자신문(9월 25일자), 부산일보(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 인용, 9월 20일자), 머니투데이(9월 21일자), 트렌드포스 보고서(9월 25일, 언론 보도 인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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