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비 자급률 4배 뛰는 사이, 한국은 15년째 20%에 서 있다
세계 반도체 지도에서 조용한 역전이 진행 중이다. 메모리 1위 한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15년째 20% 안팎에서 멈춰 있다. 미국 제재로 최신 장비 수입이 막힌 중국은 같은 기간 자급률을 8%에서 23.2%로 끌어올렸다. 칩을 만드는 기계를 누가 지배하느냐가 다음 10년의 판도를 정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출발선은 이미 다르다.
제재는 중국 장비산업의 추진제가 됐다
욜그룹(Yole Group) 집계로 중국의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8%에서 2025년 23.2%로 뛰었고, 2030년에는 40%에 육박할 전망이다(전자신문 보도). CXMT·YMTC의 증설이 국산 장비에 수요를 밀어준 결과다. 장비업체 나우라(NAURA)는 글로벌 순위 5위권에 올랐고, 일본 장비 톱5의 대중국 매출은 2025회계연도에 10% 줄었다(트렌드포스 보도). 못 사게 막으니 직접 만들어 쓰는 나라가 된 셈이다.
한국은 15년째 같은 자리에 서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011년 발표한 장비 국산화율은 22%였고, 업계 추정 현재 20% 안팎이다. 소재는 30~50%로 나은 편이지만, 팹 건설 비용의 80~90%를 차지하는 것은 장비다. 그 시장에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이상 미국),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론(일본)이 판을 굴리고 한국 업체는 비주류에 머물러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장비 납기가 평시의 2배로 늘어난 지금, 약점은 더 큰 리스크가 됐다.
| 구분 | 한국 | 중국 |
|---|---|---|
| 장비 국산화율 | 22%(2011) → 20% 안팎(현재, 업계 추정) | 8%(2021) → 23.2%(2025, 욜그룹) |
| 향후 전망 | 정체 지적(전자신문 ET시선) | 2030년 40% 육박 전망(욜그룹) |
| 상징적 사건 | 2019년 일본 소재 규제 때만 국산화 성공 | 나우라 글로벌 5위권 진입(DIGITIMES) |
위기가 와야만 움직이는 생태계
2019년 일본이 EUV 감광액 등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자 정부 지원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협력으로 국산화가 이뤄졌다. 전자신문 칼럼의 진단대로 한국은 '공급망 위기가 와야만 국산화가 가능한' 구조다. 문제는 다음 위기의 방향이다. 중국산 장비는 한국산보다 20~30% 싸고 기술력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몇 년 안에 수급 구도가 뒤집힐 수 있는 숫자다.
반론: 사서 쓰는 것이 이길 수도 있다
국산화 만능론에는 반론이 있다. 세계 최고 장비를 시장에서 사다 쓰는 것은 비교우위에 맞는 선택이며, 중국조차 진공 밸브·RF 전원 같은 핵심 부품 80%는 여전히 외산에 의존한다(Tech Times 보도). 광학장비 업체 자이스는 중국이 EUV 최정상과 15년 격차에 있다고 평가했다(조선비즈 보도). 국산화율 숫자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자원 낭비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 물어야 할 질문
그럼에도 20% 정체는 방치할 수 없다. 수단은 정부가 목표치를 정해 돈을 뿌리는 방식보다, 수요기업이 국산 장비를 검증하고 채택할 유인을 여는 쪽이다. 구미의 반도체 챔버 테스트베드처럼 현장 검증 기회를 늘리고 세제 혜택을 붙이는 게 시장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남의 장비 위에 세운 반도체 강국이 다음 위기에도 1위를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ET시선 칼럼 및 욜그룹 보도), Electronics Weekly(Yole Group), DIGITIMES, TrendForce, Tech Times, 조선비즈.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