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기술

미국이 막을수록 中은 만든다, 韓 장비는 15년째 제자리

류근웅류근웅 기자· 10/10/2026, 3:07:39 PM· Updated 10/10/2026, 3:07:48 PM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는 지금 두 갈래 결과를 만들고 있다. 하나는 ASML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2024년 41%에서 올해 20% 미만으로 내려가는 그래프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가 조여지기 직전 중국 팹이 침지식 DUV 노광장비 343대를 미리 확보한 뒤 국산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는 보도다. 규제 동맹 쪽에 선 한국은 어느 그래프에도 없다. 칩 생산량으로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장비 국산화율은 15년째 20%대다.

343대, 그리고 닫힌 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를 국내 언론이 인용해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중국 본토 팹이 확보한 침지식 DUV는 2026년 초 기준 343대이며, 이 가운데 약 270대가 ASML 트윈스캔 NXT:1980i다. 장비를 조정하면 7나노미터급 생산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미국 의회는 전면 금수를 포함한 추가 규제를 논의하지만, 이미 들어간 장비를 끄집어낼 방법은 없다.

문을 닫을수록 스스로 만들 이유가 커진다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지난 7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그 말을 따라간다. 중국 국산 장비업체가 올해 5대, 내년 20대의 DUV를 SMIC·CXMT·화홍에 납품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ASML과 미국 반도체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은 올해 4월 규제 대상을 구형 DUV와 식각 장비까지 확대했고, MATCH 법안으로 제3국 경유 판매까지 차단하려 한다. 문이 두꺼워질수록 문 안쪽의 자급 이유도 커진다.

시기ASML 매출 중 중국 비중
2024년41%
2025년 3분기42%
2026년(전망)20% 미만

(연합뉴스·벤징가 보도 종합)

한국의 시계는 다르게 간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011년 발표한 장비 국산화율은 22%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로 2024년 18.2%, 업계 추정으로 2025년 23.2%다. 15년을 돌아 제자리다.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칩스법(2025년 2월 국회 통과)은 투자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로 올렸고, 2026년 세제개편안은 반도체 등 6대 품목에 국내생산 세액공제를 처음 도입했다. 세제 혜택은 팹 투자에 닿았지만 장비 기술의 축적으로 이어졌는지는 숫자로 확인되지 않는다.

연도장비 국산화율집계·전망
2011년22%한국반도체산업협회
2024년18.2%산업통상자원부
2025년23.2%업계 추정(ET뉴스 보도)
2030년40% 육박욜그룹 전망

반론: 규제는 시간을 산 것이다

규제가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중국 국산 DUV의 올해 물량은 5대에 불과하고, ASML의 EUV와 최신 장비가 만든 격차는 여전하다. ASML은 중국 매출이 줄어도 AI 수요를 이유로 올해 매출 전망을 올렸다. 규제의 목표를 중국의 발전을 늦추는 것으로 본다면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성립한다.

칩 강국의 약한 발목

중국은 규제를 국산 장비 산업의 보육장으로 쓰고 있고, 일본 장비업체의 대중 매출은 줄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출을 떠받치는 한국 반도체의 뿌리가 남의 장비에 붙어 있는 동안, 규제가 만드는 수요 공백은 곧 한국 장비가 파고들 자리다. 제도는 늘었는데 국산화율이 움직이지 않았던 15년의 기록이 문제다. 중국이 문을 닫은 만큼 그 자리에 설 수 있는지가 이번 10년의 판가름이다.


분석 근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재일보·뉴시스 인용), 조선일보, 연합뉴스, ET뉴스, 벤징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기획재정부 2026년 세제개편안.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