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기술

보조금 끊기자 멈춘 의료AI…5배 늘린 바우처가 답이 아닌 이유

류근웅류근웅 기자· 10/14/2026, 9:09:56 AM· Updated 10/14/2026, 11:51:36 AM

정부는 올해 의료 AI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지난해의 다섯 배로 확대했다. 기업 40곳에 최대 3억2천만원까지 지원한다. 그런데 현장의 흐름은 정반대다. 바우처로 AI를 도입했던 지역·중소 병원들이 지원이 끝나자 재계약을 포기하고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도입을 늘린 돈이 지속 사용하는 시장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재계약 전환율 50~60%, 일부는 0%

전자신문이 10월 13일 보도한 의료AI 업계 집계를 보면 정부 바우처 사업 종료 후 자체 예산으로 유상 계약으로 옮기는 비율은 사업별로 최대 50~60%에 그치고 일부 사업은 0%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흉부 엑스레이 판독 AI를 바우처로 쓰다가 사업이 끝나자 재계약 없이 사용을 끊었다. 구독 예산을 편성할 이유가 없었다. 뇌질환 AI를 쓰던 충청권 병원도 의료진 반응은 좋았지만 예산 문제로 갱신을 망설인다. 강원도 영월의료원 조승연 전문의는 "정부 지원이 끝나고 재계약하지 못해 철수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고 증언한다.

병원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효율

문제의 뿌리는 기술이 아니라 보상이다. AI가 판독 시간을 줄이고 업무 부담을 낮춰도 그 효과는 병원 매출로 환산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수가가 AI 사용을 인정하지 않으니 사용료를 기존 진료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비급여 제품은 환자 동의 절차를 거쳐도 청구 금액이 낮아 인건비조차 회수하기 어렵다. 여기에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제도로 진입한 제품들은 급여 결정이 늦어져 매출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 병원과 기업 모두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구조다.

구독료 뒤에 숨은 이중 비용

구독형 모델로 초기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나 총비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숨은 비용이 겹친다.

비용 항목규모·내용
초기 구축비(상급종합)최대 3억원에 육박
초기 구축비(중소종합)수백만~수천만원
구독료 외 추가 비용PACS·EMR 연동 개발비, 네트워크·보안 구축
유상 계약 전환율사업별 최대 50~60%, 일부 0%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7월 발간한 국립대병원 10곳 공공의료 AX 격차 보고서는 상호운용성과 예측 분석 영역에서 격차가 가장 크다고 짚는다. 인프라가 부족한 곳일수록 AI가 아니라 기반 시스템에 돈이 먼저 든다는 뜻이다.

"공적 역할"이라는 반론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반박할 논리를 갖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있는 대형병원 대비 중소·지역병원의 구매 전환이 적은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을 주는 의료AI 도입을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공적 역할"이라고 밝혔다. 조승연 전문의도 공공병원 AI에 정부가 일정 지분을 갖고 운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해결 못 하는 지역 의료라는 공공재 문제를 정부가 안는다는 논리다.

보상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규모의 차이는 다른 데서도 확인된다. 한국데이터경제신문은 10월 7일 의료AI 누적 허가 549건에도 병원 도입률은 19.3%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허가를 내주는 속도와 병원이 비용을 내며 사는 속도 사이 격차다. 정부는 2024년 425억원을 들여 AI바우처 사업으로 200개 과제를 지원했고, 올해도 사업을 키웠다. 그러나 보조금은 도입 시점의 수요를 당길 뿐 지불 의사가 있는 수요를 만들지 못한다. 코어라인소프트가 구독 전환 후 자사 흉부 진단 솔루션 '에이뷰'의 연간 사용량을 약 60% 끌어올린 사례는 가격 구조를 바꾸면 시장이 반응한다는 증거다. 코어라인소프트 장세명 이사가 주장하듯 PACS 수가가 병원 디지털 인프라 확산을 이끌었던 선례처럼, 보상 규칙의 예측 가능성이 확대된 바우처보다 먼저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2026년 10월 13일 의료AI 시리즈), 한국데이터경제신문, 약업닷컴·동아일보(보건복지부 의료 AI 데이터 바우처 확대), 지디넷코리아·디지털데일리(AI바우처 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