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 청탁 의혹을 다시 조사하는 일은 여당을 겨누는 정치가 아니라 약의 안전을 서약하는 절차의 마지막 자기검증이다광장
재수사 탄원이 다시 점화한 임상 청탁 의혹에서 검증받아야 할 것은 의혹보다 수사의 절차다.
임상시험 승인은 학술 심사가 아닙니다. 국민이 먹을 약의 안전을 국가가 서약하는 행정 처분입니다. 그 처분 과정에 힘이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일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 제도가 스스로를 검증하는 마지막 절차에 해당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에게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제기된 것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였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브로커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혹을 처음 꺼내 들었고, 김 의원은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하며 정면돌파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보자가 재수사를 탄원하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의혹의 진위를 넘어, 여당 의원이 연루된 수사가 다른 사건과 같은 무게로 이루어졌는지가 절차 공정성의 쟁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의혹 자체보다 처분의 속도와 경로에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제넨셀 의혹을 다루면서 보고서를 17장에서 6장으로 축소했습니다. 김 의원이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임상 승인을 요청한 전화가 있고 나서 14일 뒤에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되었다는 정황도 같은 보도에 나와 있습니다. 보고서가 왜 줄었는지, 그 14일이 절차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 밝혀야 합니다. 임상시험은 국민이 몸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그 관문에 힘이 닿았는지 따지는 일은 특정 정치인 겨냥이 아니라 처분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제도의 자기검증입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이 의혹을 '신약 로비'와 '배우자 특혜'를 놓고 공방했습니다. 양쪽 모두 각자의 구호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의혹의 핵심인 처분 절차보다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데 이 사건이 더 유용했으니까요. 여당은 김 의원을 방어하고 야당은 의혹을 들어 공세하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정작 식약처가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절차로 승인했는지를 묻는 물음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사건이 정치 구도의 부속품으로 소비되는 순간, 약의 안전을 서약하는 절차는 아무도 챙기지 않는 고아가 됩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불송치하면서 남긴 근거와 경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재수사 탄원은 여야의 구호가 아니라 절차적 판단의 문제로 다뤄져야 하고요. 임상시험 승인이라는 처분에 힘이 닿았는지 밝히는 일은 약을 먹는 사람의 안전을 좌우하는 최소한의 검증입니다. 절차를 정치로 환원하고 넘어간 대가는 결국 약을 먹는 사람의 몸으로 치러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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