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수요 폭증, 원전 20기도 못 따라간다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한국 산업정책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기업은 GPU를 더 사겠다고 줄을 서고, 정부는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성장 서사를 그린다. 그런데 그 서사를 실제로 켜줄 전기는 어디서도 제때 나오지 않는다.
숫자로 보면 이미 늦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2년 약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1000~1050TWh로 두 배 넘게 늘어난다고 본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국내 데이터센터 IT 전력 공급량은 2020년 398메가와트(㎿)에서 2025년 1000㎿를 넘겼고, 2029년에는 1569㎿로 9년 만에 4배 가까이 뛸 전망이다(2026 데이터센터 서밋 코리아 발표 기준). 여기에 정부가 6월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만 더해도 AI 데이터센터 18.4GW,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6.3GW,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3GW로 총 27.7GW의 신규 수요가 예고돼 있다.
수도권은 이미 꽉 찼다
민간 데이터센터의 73.4%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고 수도권 상업용 데이터센터 상면 가동률은 평균 92.43%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계획 단계 데이터센터 30곳 중 76.7%가 비수도권을 택하기 시작한 건 자발적 분산이라기보다 수도권 계통이 더는 여유가 없다는 신호에 가깝다. 호남권만 봐도 현재 전력수요 2.5GW가 반도체·AI 투자로 24.7GW까지 늘어날 것으로 12차 전기본 잠정 전망은 예상한다.
원전 카드를 꺼내도 시간이 안 맞는다
업계에서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1.4GW급 신형 원전 20기가 15년 내 필요하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정부는 12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2~4기를 검토 중이고, 후보지로는 한빛·울주가 거론된다. 문제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당장 12월 한빛 1호기가 가동을 멈췄고 9월엔 2호기도 정지를 앞두고 있어,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과 AI·반도체 수요가 본격화하는 2030년대 초중반이 정확히 엇갈린다.
송전망은 늘 계획보다 늦는다
11차 장기 송변전 계획에 담긴 사업 54건 중 55%가 지연되거나 지연이 예상된다. 2019년 착공한 동해안~수도권 500kV 직류 송전선은 7~8년 늦어져 2026~2027년에야 준공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쪽도 사정은 비슷해서, 정부는 2024년 5월 계통 포화를 이유로 호남·제주 등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2031년 말까지 신규 접속을 제한했다. 2026년 3월 기준 제주 16곳만 해제됐을 뿐 나머지 189곳은 여전히 막혀 있다.
| 구분 | 수치 | 시점 |
|---|---|---|
| 국내 데이터센터 IT전력 | 398㎿→1569㎿ | 2020→2029년 |
| 3대 메가프로젝트 신규수요 | 27.7GW | 2026년 6월 발표 |
| 호남권 전력수요 | 2.5GW→24.7GW | 12차 전기본 잠정치 |
| 송변전 사업 지연 비율 | 55% | 11차 장기계획 |
반론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효율 개선만으로도 상당 부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반도체 세대교체로 연산당 전력 소비가 줄고 있고, 해상풍력·태양광이 계통관리변전소 해제와 함께 순차 투입되면 원전 증설 없이도 병목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 시나리오도 계통 접속 지연이라는 같은 병목을 통과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계통 접속이라는 세 겹의 규제 절차가 그대로인 한 어떤 발전원을 고르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수요 신호를 시장에 되돌리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 정비가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먼저 풀어야 할 공통 과제로 남는다.
분석 근거: IEA(Energy and AI 보고서), 전자신문, 파이낸셜뉴스, 에너지프로슈머, 중기이코노미,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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