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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전쟁, 송전망이 발목 잡는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7/20 17:02:14· Updated 2026/7/21 9:12:52

데이터센터는 지금 한국 산업정책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AI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요구와, 그 전기를 댈 송전망은 10년 넘게 걸려야 완공된다는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전기는 저장이 안 되고 송전선은 하루아침에 늘릴 수 없는데, 수요만 3~4년 단위로 배가되는 구조라 병목은 갈수록 좁아진다.

9년 만에 4배, 숫자가 말하는 속도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은 2020년 398메가와트(㎿)에서 2025년 1000㎿를 넘어섰고, 2029년에는 156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4인 가구 약 150만 가구가 동시에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은 AI발 반도체·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 증가 속도를 계통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몰린 인프라, 이미 꽉 찬 계통

민간 데이터센터의 73.4%는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고, 수도권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92.43%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정부가 비수도권 분산을 유도하면서 계획 단계 데이터센터의 76.7%가 지방을 택했다는 통계는 정책이 방향은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초고압 송전망과 변전소 신설에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현실 앞에서는, 입지를 지방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전력난이 해소되지 않는다.

구분2020년2025년2029년(전망)
데이터센터 전력용량398㎿1000㎿ 초과1569㎿

원가를 못 따라가는 요금, 한전의 딜레마

한전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2025년 말 기준 사채 잔액은 73.5조원에 이른다.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체계 아래 발전 자회사들은 안정적 수익을 챙기는 반면, 한전은 국제 유가·LNG 가격 변동에 따른 연료비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구조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시장 원가와 연동되지 않고 정부 결정에 좌우되는 한, 대규모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가 늘수록 요금 왜곡과 한전 재무 부담은 같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력망 병목이 한국만의 문제라고 하면 과장이다. 미국은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북버지니아에서 전력망 연결 대기가 최대 7년까지 걸리고, 전국적으로 승인 대기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이 2600기가와트를 넘어 평균 완공까지 5년이 소요된다. 규제와 인허가가 병목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는 두 나라가 같은 문제를 겪는 셈이다. 다만 미국은 2차 도시로 투자를 분산시키는 시장 반응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반도체·AI 유치 경쟁에서 이기려면 전력을 계획보다 빨리, 원가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송배전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요금 체계를 원가에 연동시키는 두 가지를 미루면, 기업들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나라로 투자를 옮긴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싶다면 그 전기를 누가, 얼마에, 언제까지 댈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리드경제, ConstructionOwners.com.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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