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할수록 늘어난 산재 사망, 중대재해법의 역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장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법이다.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 대상이 넓어졌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이 겨냥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처벌 수위와 현장 안전 사이의 상관관계를 데이터로 되짚어볼 시점이다.
50인 미만에서 사망이 늘어난 이유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098명으로 전년보다 82명(4.1%) 늘었다. 세계일보 보도(2025년 3월)는 건설업 사망자를 제외하면 증가폭이 더 커진다고 짚었다.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망자의 61.9%(5~49인 773명, 5인 미만 526명)를 차지했다. 2025년 1~9월 통계는 더 뚜렷하다.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2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26명) 늘었고,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24.5%나 증가한 반면 50인 이상 사업장은 사망사고가 줄었다.
처벌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가 검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 시행일(2022년 1월 27일)부터 2025년 6월까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21건으로 전체 수사 착수 사건 1091건의 11%에 그쳤다. 사고 발생부터 기소까지 평균 555일(약 1년 6개월)이 걸렸고, 기소 사건의 74%는 1년을 넘겼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정리한 별도 통계에서도 법 시행 이후 중대산재 발생보고 2986건 가운데 수사는 1252건, 기소의견 송치는 276건에 머물렀고 1심 판결은 53건, 확정 공표는 15건에 그쳤다.
| 구분 | 수치 |
|---|---|
| 2024년 산재 사망자(전체) | 2098명 (전년比 +4.1%) |
| 50인 미만 사업장 비중 | 61.9% |
| 2025년 1~9월 50인 미만 사망자 증가율 | +10.4% |
| 검찰 기소율(수사 착수 대비) | 11% |
| 사고~기소 평균 소요기간 | 약 555일 |
서류는 쌓이고 현장은 그대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형사처벌 중심 접근이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보다 서류 중심 대응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5인 안팎 사업장에는 안전관리 전문 인력을 둘 예산도, 인력도 없다. 경영자총협회가 2026년 6월 제조·건설업 11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는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재의 원인으로 '근로자 안전수칙 미준수'를 꼽은 비율이 평균 58.5%였고, 응답 기업의 61.5%는 안전수칙 위반자 징계 제도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근로자 반발과 노사관계 마찰 우려'(52.8%)가 가장 많이 꼽혔다.
반론: 법이 없었다면 더 나빴을 수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같은 기간 사망사고가 줄었다는 점은 법의 억지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인다. 대기업은 처벌 리스크에 반응해 안전 조직과 예산을 실제로 늘렸고, 그 효과가 통계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망 증가를 법의 실패로만 단정하기보다, 아직 이행 여력이 따라오지 못한 과도기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규제 설계, 형벌보다 역량이 먼저다
대기업에서 통했던 처벌 강화 카드를 영세 사업장에 그대로 옮겨 붙인 결과가 지금의 통계다. 사장을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안전관리자를 고용할 돈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자유시장 원리에서 규제는 준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주체를 전제로 설계돼야 실효를 낸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필요한 것은 형량 강화보다 안전 설비 투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유예 기간 중 이행률을 끌어올릴 컨설팅 예산이다.
분석 근거: 경향신문, 세계일보, 매일노동뉴스, 국회입법조사처(NARS), 에너지데일리,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 한국경영자총협회 실태조사.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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