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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1415조, 사라진 재정준칙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25 19:03:10· Updated 2026/8/25 20:40:23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예산안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은 AI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확장재정의 청사진이고, 다른 한쪽은 국가채무가 1년 만에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숫자다. 이재명 정부는 총지출을 4년 만에 8%대로 늘리면서, 정작 그 늘어난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국가채무, 1년 만에 50%를 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6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 GDP 대비 51.6%로 올해(49.1%)보다 2.5%포인트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기재부 중기 전망을 종합하면 이 비율은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에는 58%까지 오른다. 통합재정수지는 53조8000억원 적자(GDP 대비 2%), 실질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4.0%로 올해(2.8%)보다 1.2%포인트 악화된다.

연도국가채무비율(GDP 대비)
2025년49.1%
2026년(예산안)51.6%
2027년(전망)53.8%
2028년(전망)56.2%
2029년(전망)58.0%

늘어난 예산은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다

2026년 의무지출은 38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22조9000억원) 늘지만, 정책 재량지출은 340조2000억원으로 0.5% 느는 데 그친다. 의무지출 중 이자지출만 33조6000억원이다. 정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의 증가폭이 사실상 멈춘 사이, 나라 살림은 복지 법정지출과 국채 이자를 갚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발표도 이런 경직성 앞에서는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다.

OECD 38개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두 나라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2% 이내로 관리하자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재정준칙은 현재 105개국이 도입했고,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이를 한 번도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정부 스스로도 GDP 대비 4%대 적자를 몇 년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준칙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이 계획과 충돌한다.

확장재정 쪽의 논리도 들어볼 필요는 있다

정부는 총지출 8%대 증가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들어, AI·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치른다고 주장한다. 세계 각국이 산업정책 경쟁에 재정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한국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성장률 자체가 꺾인다는 논리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넘어선 배경에도 이런 확장 기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일부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견뎌야 하나

문제는 지금의 적자가 경기 대응용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의무지출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재량지출이 사실상 멈춘 예산은 다음 정부, 다음 세대가 손댈 여지도 함께 줄인다는 뜻이다. 재정준칙 없이 4%대 적자를 몇 년 반복하면 국채 발행 부담과 이자지출이 다시 재량지출을 잠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분석 근거: 경향신문, 한국일보, ygdata(나라살림 예산안 분석), 서울경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공개 예산안·통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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