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사회

쿼터는 줄고 의존은 커진 외국인 노동력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27 13:02:13· Updated 2026/8/27 13:48:57

한국 산업 현장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열에 아홉은 내국인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고 답하는데, 정부는 내년도 고용허가제(E-9) 쿼터를 5만 명 줄였다. 인력난은 커지는데 문은 좁아진 셈이다. 이 엇갈림이 어디서 오는지, 숫자로 짚어본다.

쿼터 8만 명, 1년 만에 38% 감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26년 E-9 외국인력 쿼터를 8만 명으로 확정했다. 2025년 13만 명에서 5만 명이 줄어든 수치로, 감소율로는 38%가 넘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5만 명, 농축산업 1만 명 등 7만 명이 배정되고 나머지 1만 명은 탄력배정분으로 남겨뒀다. 다만 E-9 외에 방문취업 동포(H-2) 등을 포함한 전체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19만 1천 명 수준으로 결정돼, 줄어든 것은 신규 쿼터 전체가 아니라 E-9 항목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체류외국인은 사상 첫 280만 명

같은 시기 국내 체류외국인 수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5년 10월 기준 체류외국인은 283만 7,525명으로 처음 28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인구의 약 5.5%에 이른다. 통계청 이민자 체류실태조사에서도 2025년 5월 기준 취업 이민자가 169만 2천 명으로 전년보다 8.4% 늘었다. 쿼터를 줄인 해에 체류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비대칭이 지표로 확인되는 셈이다.

중소기업 92%가 말하는 이유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중소기업 503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3.8%는 내국인 채용이 어려워 외국인을 고용한다고 답했다. 인건비 절감이 이유라는 답은 2.6%에 그쳤다. 구인난 원인으로 '내국인 구인난 심화'를 꼽은 비율은 2022년 90.6%에서 올해 92.2%로, '산업현장 취업 기피'는 같은 기간 74.8%에서 90.2%로 매년 올라갔다. 값싼 노동력을 찾는 게 아니라 아예 지원자가 없다는 뜻이다.

쿼터를 줄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정부가 쿼터를 줄인 배경을 인력난 완화 신호로만 읽기는 어렵다. 조선업은 별도 쿼터가 사라지고 제조업 쿼터로 통합됐고, 정책위는 산업별 인력수급 전망과 현장 수요조사 결과를 종합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쿼터를 선제적으로 늘려 놓은 데다, 미등록 체류자가 2020년 이후 매년 39만~42만 명 수준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도 감안됐을 가능성이 있다. 신규 도입 문턱을 낮추기보다 기존 인력의 효율적 배치와 불법체류 관리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반론: 무작정 늘리는 게 답은 아니다

쿼터 확대만이 해법이라는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외국인력 급증은 임금 하방 압력과 불법고용 단속 부담을 동시에 키운다는 지적이 산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법무부는 올해도 불법체류 외국인과 불법 고용주 합동단속을 벌여 상반기에만 1만 3천여 명을 적발했다. 쿼터를 늘리는 속도보다 기존 체류자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쪽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정책 논의에서 무게를 갖는다.

한국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3D 업종 기피가 겹치면서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제조·농축산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로 이미 들어섰다. 쿼터 숫자를 둘러싼 매년의 줄다리기보다, 이들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체류·정착시킬 제도를 갖추느냐가 다음 국면의 진짜 쟁점이 될 것이다.


분석 근거: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전국인력신문, 경북일보, 아세안익스프레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서울스타트(Seoulstart).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関連記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