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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6%로 중국에 밀렸는데 한국 조선이 웃는 이유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11 17:05:11· Updated 2026/9/11 17:43:44

한국 조선업이 지금 두 개의 장부를 갖고 있다. 하나는 지는 장부고, 하나는 이기는 장부다. 올해 8월 말 기준 세계 신조선 수주 점유율에서 한국은 16%로 중국(76%)에 밀렸다. 그런데 같은 시기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의 76%를, HD현대중공업은 78%를 이미 채웠고, 둘의 수주잔고는 각각 3년치 물량이다. 척수(CGT)로 세는 게임과 달러로 세는 게임의 순위가 완전히 갈라선 것이다.

76% 대 16%, 숫자가 먼저 말한다

클락슨리서치 집계(8월 말 기준)를 보면 올해 세계 발주는 5972만 CGT로 전년 동기보다 60.6% 늘었다. 한국도 938만 CGT로 55% 증가하며 절대량을 불렸다. 문제는 중국이 4539만 CGT, 95% 늘며 시장 전체를 삼킨 것이다. 한국의 점유율은 5월 21%에서 8월 16%로 세 달 만에 5%포인트 빠졌다. 수주잔량은 격차가 더 크다. 중국 1억 4539만 CGT(67%), 한국 3796만 CGT(18%).

구분(8월 말)수주량증가율점유율
중국4539만 CGT+95%76%
한국938만 CGT+55%16%

달러로 세면 다른 순위가 나온다

그런데 수주액 장부를 펼치면 그림이 뒤집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05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139억 달러)의 76%에 도달했고, 상선 부문은 61억 달러로 연간 목표(57억 달러)를 벌써 넘겼다. 선종을 뜯어보면 LNG운반선이 14척으로 가장 두껍다. HD현대중공업은 1~7월에만 159억 달러로 목표의 78%, 한화오션도 52억 달러를 챙겼다. 싼 배를 많이 파는 대신 비싼 배를 골라 파는 선별수주의 결과다.

업체(누적)수주액목표 달성률수주잔고
HD현대중공업(7월)159억 달러78%606억 달러
삼성중공업(8월)105억 달러76%355억 달러·151척
한화오션(7월)52억 달러338억 달러·144척

미국의 칼은 양날이었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변수가 끼어 들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 건조 선박에 항만 입항수수료를 물리려 했고, 한국 조선소의 반사이익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2025년 11월 미중 무역합의로 1년간 유예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2026년 3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 제조업 과잉생산에 대한 새 301조 조사를 개시하며 한국 조선업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중국 견제가 한국 견제로 번지는' 국면이다. 중앙일보는 애초에 반사이익이 반짝에 그칠 수 있다고 짚었고, 유예로 협력 모멘텀인 MASGA(미국 조선 부흥) 협상에도 찬물이 쏟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3년치 잔고, 그 시간을 뭘로 쓸 것인가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세계 발주량이 전년보다 줄고 국내 수주액도 285억 달러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잔고가 3년치라 해도 발주가 마르면 잔량은 줄고 선가 협상력은 약해진다. 반론도 있다. 올해 실제 수주는 55% 늘었고 LNG 발주가 이어지는 한 하반기 목표 초과 달성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관측이 대전제로 삼는 것은 똑같이 '발주가 이어진다'는 외생 변수다.

점유율 16%라는 숫자에 애타게 할 필요도, 3년치 잔고에 안주할 근거도 없다. 남은 것은 명확하다. 고부가 점유율이라는 좁은 해자를 깊게 파는 것 — LNG·FLNG 같은 고부가 선종의 기술 격차, 그리고 미국의 칼이 언제든 방향을 바꿔도 흔들리지 않는 가격경쟁력이다. 조선소에 쌓인 3년의 시간은 그 해자를 파는 데 쓰이는 것이지, 숫자를 자축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다.


분석 근거: 경남도민일보(클락슨리서치 8월 집계, 2026.9.7),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 연합뉴스, 연합인포맥스, 중앙일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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